자칭 등산 마니아 김모씨(42)는 가을의 시작을 누구보다도 빨리 산에서 느끼고 싶었다. 지난주 가을정취를 만끽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했는데, 김씨는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손상을 입고 말았다. 산행을 하고 내려올 때 다리에 힘이 풀려 ‘툭’하는 소리와 함께 무릎이 꺾이면서 무릎 인대가 파열된 것이다.

◆등산, 자전거 등 가을철 운동 늘어나

가을철을 맞아 야외활동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특히 등산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준비운동과 장비 없이 마음만 앞서나가다 부상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특히 등산객들은 무릎 부상이 많은데 그 중 십자인대파열과 같은 부상이 대표적이다.

김창우 정동병원 병원장
김창우 정동병원 병원장
관절척추전문 김창우 정동병원 병원장은 “십자인대가 파열된 상태에서 오랜 시간 방치할 경우 관절의 불안정성이 초래되어 관절연골 마저 훼손될 수 있다”며 “보통 전방십자인대가 손상되는 경우는 무릎이 단순히 꺽이는 것보다는 회전되는 외상에 의해 발생된다. 무릎에서 ‘툭’하는 느낌과 함께 통증, 부종, 불안정성이 있다면 조속히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십자인대는 X자 모양으로 무릎 위, 아래 관절을 이어 무릎 관절 움직임을 원활하도록 도와준다. 무릎 관절 안에 있어 부위에 따라 전방과 후방 십자인대로 나뉜다. 5~10mm의 굵기로 무릎 관절의 안정성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끊어지기 쉬운 부위다. 운동 중이나 후에 무릎에서 ‘툭’하고 파열되거나 무릎 관절이 빠지거나 어긋난 느낌이 들거나 24시간 동안 무릎이 붓고 통증이 있는 경우, 쪼그려 앉기가 힘들고 정상적인 걸음이 어렵다면 전방십자인대 파열을 의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운동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고, 십자인대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관절 연골판 파열이나, 관절 연골의 손상으로 인한 퇴행성 관절염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초기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십자인대 손상은 부위가 적으면 보조기 착용과 재활치료만으로 충분히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나 인대가 끊어졌다면 자연치유가 불가능하다. 이 경우 십자인대를 꿰매어서 봉합하는 ‘십자인대파열 봉합술’과 봉합이 불가능한 경우 ‘십자인대파열 재건술’과 같은 수술이 필요하다. 둘 다 정상 인대부착 부위에 새로운 인대를 이용해서 연결시켜 주는 방법으로, 관절 내시경을 이용하기 때문에 절개 부위가 작고, 회복이 빠르다. 통상 수술 후 6개월의 근육훈련 재활기간이 필요하다.

◆하산때 더 큰 부상으로 이어져

등산을 하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는 것은 오히려 좋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 김 원장은 “운동 전후에는 반드시 스트레칭과 준비운동을 통해 경직되어 있는 근육을 충분히 풀어줘야 한다. 등산 시 등산화와 등산복 등 철저한 장비를 갖춰야 하며, 특히 하중의 분배를 도와주는 등산용 스틱은 필수품”이라면서 “무릎 십자인대파열은 생각보다 흔하게 일어난다. 운동 후 관절 부위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섣부른 판단으로 방치하지 말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더 큰 부상을 막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요소/등산철 부상을 막는 Tip

①지병이 있는 사람은 무리한 산행은 금지하고 자신의 체력에 맞는 코스를 선택하자.

②걸을 때 언제나 발바닥 전체를 디뎌서 걷고 발가락 끝으로 걸으면 무릎의 부담이 켜져서 관절을 다치기 쉽다.

③50분~1시간 걷고 10분 정도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

④물은 조금씩 자주 마시는 것이 효과적이다.

⑤오르막길에는 신발 끈을 조금 느슨하고 헐겁게 매고, 내려올 때는 단단히 조여매는 것이 좋다.

⑥등산할 때 스틱(stick)을 사용하면 하산 시에 무릎에 오는 충격을 줄여주기 때문에 무릎관절이 손상되는 걸 어느 정도 막아준다. 특히 겨울철이나 우기에 미끄러운 곳에서 중심잡기에도 큰 도움이 되고, 팔의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효과도 있고, 다리에만 쏠리는 무게중심을 분산해 주는 효과도 있으며, 발목을 삐었을 경우를 대비한 간단한 응급조치 도구로 사용 가능하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