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환 전 대우차 사장, 호샤 한국GM 사장에 반박

"대우자동차가 사실과 동떨어진 내용을 바탕으로 평가되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김석환 전 대우자동차 사장이 대우차와 관련한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의 발언에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며 대우차가 최소한 사실에 입각해 올바른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석환 전 사장은 28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인수 당시 대우차와 비교해 현재 한국GM의 생산 대수와 직원수가 월등히 늘었다는 점을 들어 한국 경제에 기여했다고 말한 호샤 사장의 전날 발언을 반박했다.

호샤 사장은 전날 다마스와 라보 생산 재개를 기념해 한국GM 창원공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GM이 대우자동차 인수를 결정했을 때 대우는 33만8천대를 생산했지만, 이제는 200만대를 생산하고 있다"며 "당시 8천200명이던 직원 수도 약 2만 명으로 늘었고, 수출국도 80여개국에서 150여개국을 증가했다"고 말한 바 있다.

호샤 사장의 이런 발언은 15년 전 대우그룹 해체에 대한 비공개 증언이 담긴 대화록 '김우중과의 대화-아직도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의 저자인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가 26일 출판 기념회에서 외환위기 직후 대우자동차가 부실 덩어리로 지목돼 미국GM에 헐값에 넘어갔다고 주장하자, 이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김 전 사장은 "한국GM은 작년에 완성차 기준으로 78만2천대를 생산했는데 이는 대우차가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직전인 1999년의 생산 대수 75만3천대와 별반 차이가 없는 수치"라며 "200만대가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의 통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작년에 완성차 기준으로 78만2천대를 생산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GM에 확인한 결과 호샤 사장이 언급한 200만대는 완성차뿐 아니라 현지조립형 반제품(KD), 반조립제품(CKD) 등도 모두 포함된 수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사장은 이에 대해 "그렇게 따지면 과거 대우차의 생산 대수는 현재 한국GM 생산 대수보다 많을 것"이라며 "비교를 할 때는 최소한 동일한 잣대로 사실에 입각해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우차는 폴란드, 루마니아 등 해외에 굉장히 많은 공장을 두고 있어서 KD, CKD 형태로 수출하는 물량이 많았다"며 "진정한 공장 가동 능력과 생산력을 보려면 완성차를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이런 면에서 호샤 사장의 발언엔 오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자동차업계는 일반적으로 생산물량을 따질 때 완성차를 기준으로 한다.

김 전 사장은 또 생산 능력에 있어서도 대우차가 워크아웃에 들어가기 전 시간당 227대였고, 현재 한국GM은 시간당 230대라는 점을 들어 별반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우차 고용 인원 역시 GM 인수 당시인 2002년에는 8천여명으로 줄었으나 워크아웃 직전인 1999년에는 1만3천명으로 현재 1만7천명인 한국GM 인력 총계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우차가 대우그룹에서 차지했던 위치가 있었기 때문에 대우그룹의 경영자원이 집중 투입돼 반드시 성공했어야 했는데 1∼2년의 유동성 위기를 못 넘고 무너졌다"고 애통해하며 사실과 다른 평가가 나오는 것을 보고만 넘어갈 수 없어 입을 연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1999년 워크아웃 결정 당시 대우차 재무·기획 담당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김석환 전 사장은 이듬해 사장으로 승진, 대우차 매각협상을 총괄하는 등 대우차가 GM에 인수되는 과정을 생생하게 지켜봤다.

이어 2002년 대우차 부평공장 사장에 내정된 뒤 2003년 대우인천자동차 사장, 2005년 대우인천자동차가 GM대우에 통합된 이후엔 GM대우 전략사업담당 사장 등을 지냈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