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코스피, 환율이 발목 잡나? "악재다" vs "기우일뿐"
글로벌 경기부양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최근 코스피지수가 상승탄력을 받지 못하는 이유로 엔화 가치 약세가 꼽히고 있다.

엔화 약세 현상이 국내 증시를 이끌고 있는 대형 수출주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국내도 통화완화 정책을 본격화한 만큼 환율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26일 오전 10시3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0.23% 오른 2065.67을 나타내고 있다. 이틀째 강보합권에서 지수가 등락하고 있다.

미국의 연례 경제회의인 '잭슨홀 미팅' 이후 조기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가 희석되면서 최근 글로벌 증시는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또 각국의 중앙은행 수장들이 잇따라 경기부양 확대 발언을 내놓은 것도 신흥국 투자심리에 힘을 보탠다는 설명이다.

앞서 미국 증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경기부양책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장중 사상 처음으로 20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증시는 환율 요인이 코스피 상승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최근 원·엔 환율이 970원대까지 내려오는 등 2008년 이후 6년 만에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어서다.

이아람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엔·달러 환율이 지난 4월 이후 처음으로 104엔대를 웃돌고 있는 등 엔화 약세 현상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며 "국내 수출주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내수주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의 최근 발언이 결정적이었다. 구로다 총재는 지난주 잭슨홀 회의에 참석해 일본 중앙은행이 물가를 더 적극적으로 끌어 올릴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한마디로 공격적인 통화 완화책을 지속하겠다는 발언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박성훈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구로다 총재도 최근 통화완화 기조를 유지하되 물가가 하락하면 추가 부양에 나설 수 있다고 언급했다"면서 "미국의 초저금리에 변화가 없는 가운데 유럽과 일본 등이 통화완화에 나선다면 글로벌 투자자금의 신흥국 증시 유입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와 같이 엔화 약세시 국내 수출주들이 일방적으로 타격을 받는 상황으로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내수활성화 측면에서 원화 강세를 용인하고 있는 측면이 있지만 최근 달러화 강세로 원화 역시 가파른 가치 상승은 없을 것"이라며 "엔화 대비 원화의 평가절상 속도는 제한적인 수준에서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경닷컴 노정동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