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일선 병원들이 오는 7일부터 시행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을 이유로 ‘인터넷·전화 진료 예약’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법이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못하도록 금지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카드사와 은행의 개인정보 유출사태가 잇따라 발생하자 지난해 8월 주민등록번호 수집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의료계도 이달 7일부터 인터넷 홈페이지나 전화로 예약을 받을 때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는 것이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대한병원협회 관계자는 “의료기관의 환자정보 관리체계는 주민등록번호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진료 예약을 받을 때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지 못하게 하면 사실상 환자 정보를 관리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환자 진료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행정원장은 “조만간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 수 있는 휴대폰 본인 인증이나 아이핀(I-PIN)을 도입할 계획이지만 이는 단순히 환자 확인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며 “주민등록번호를 기반으로 하는 환자관리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환자의 진료 정보는 단 하나의 오류가 있어서는 안되기 때문에 주민등록번호를 파악할 수 없는 초진 환자는 예약 업무가 사실상 어렵다”며 “생년월일과 이름으로 등록번호를 생성한다 하더라도 정확히 식별할 수 없기 때문에 진료 절차에 오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병원협회는 보건복지부에 제도 시행을 당분간 연기하는 방안을 건의할 계획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시민 불편이 없도록 할 방침”이라며 “병원에 대해서는 이 제도 시행을 6개월 정도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