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조직적인 도피 행태와 검찰 검거 의지 등 고려"

법원이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의 사전구속영장 유효기간 만료를 하루 앞두고 검찰이 재청구한 영장을 21일 발부했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검찰이 청구한 대로 유효기간 6개월의 영장을 재발부했다"고 말했다.

안동범 인천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유씨가 조직적인 도피 행태를 보이고 있고 피의자에 대한 압박이 필요하다"며 "검찰의 검거 의지 등도 고려했다"고 영장 재발부 사유를 밝혔다.

법원은 도피 중인 유씨가 출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없이 검찰이 청구한 서류만 검토해 영장을 발부했다.

재발부된 유씨 사전구속영장의 유효기간은 내년 1월 22일까지다.

앞서 '세월호 실소유주 비리'를 수사 중인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유씨에 대한 기존 구속영장을 인천지법에 반납하고 영장을 재청구했다.

검찰은 법원에 영장을 재청구하면서 유효기간을 6개월로 해달라는 취지를 밝혔다.

통상 장기 도주자에 대해서는 기소중지 후 체포영장을 발부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끝까지 유씨를 검거하겠다는 검찰 수뇌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대검의 한 관계자는 "현재 추적의 꼬리를 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곧 (유씨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유씨 검거에) 시간이 필요하고 비슷한 종류의 구속영장을 분석해보니 6개월 이상의 유효기간이 가장 많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5월 16일 유씨가 소환조사에 불응하자 별도 대면조사 없이 바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유씨가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도 나오지 않자 인천지법은 같은 달 22일 이례적으로 유효기간이 두 달인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통상 구속영장 유효기간은 1주일이지만 유씨가 잠적한 점을 고려해 법원은 유효기간을 대폭 늘려 잡았다.

유씨의 기존 구속영장의 유효기간은 22일까지다.

검찰은 두 달 동안 유씨를 검거하는 데 실패했다.

이 기간 검사 15명 등 검찰 인력 110명을 비롯해 전담 경찰관 2천600여 명이 은신처 수색이나 검문검색에 동원됐다.

해경 2천100여 명과 함정 60여 척도 해상 검색활동 등에 투입됐다.

그 결과 현재까지 유씨 부인 권윤자(71·구속 기소)씨 등 친인척과 측근 60명을 입건, 26명을 구속했다.

도피 조력자 38명도 체포돼 이 중 13명이 구속됐다.

그러나 정작 세월호의 실소유주로 밝혀진 유씨를 체포하지 못해 부실 수사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검찰이 유씨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한 것은 유씨가 아직 밀항에 성공하지 못하고 국내에 잠적 중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세월호 참사 책임을 묻기 위해 착수한 유씨 일가에 대한 수사가 유씨 검거로 끝을 맺지 못할 경우 수사팀은 물론 검찰 수뇌부에게까지 책임론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이 밝혀낸 유씨의 범죄 혐의 액수는 배임 1천71억원, 횡령 218억원, 증여세 포탈 101억원 등 총 1천390억원에 달한다.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