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 피해 여성과 대화서 밝혀…'부적절한 언급' 비판도

찰스 영국 왕세자가 2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아돌프 히틀러 독일 나치 총통에 비유하면서 비판했다고 영국의 일간 데일리 메일이 보도했다.

찰스 왕세자는 이날 오후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에 있는 이민사박물관을 관람하던 중 나치의 '홀로코스트'로 가족을 잃은 자원봉사자 마리엔느 퍼거슨(78) 씨와 사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이 같은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 왕세자는 퍼거슨 씨의 사연을 들은 뒤 우크라이나 사태 와중에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것을 염두에 둔 듯 "푸틴 대통령이 한 행위는 히틀러가 저지른 짓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찰스 왕세자의 언급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과 히틀러의 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침공에 빗대면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서 위장한 친러 민병대를 활용한 것을 비판한 것이라고 데일리 메일은 전했다.

영국 왕실 인사가 민감한 정치적 이슈에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영국 왕실은 정치적 문제에 중립 관행을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찰스 왕세자는 다음 달 6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어서 이 같은 언급을 두고 부적절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영국 왕실 관계자는 찰스 왕세자의 사적인 얘기에 논평할 것이 없다면서 "그것은 홀로코스트로 가족을 잃어버린 한 여인과의 사적이고, 감정이 이입된 대화였을 뿐"이라고 했다.

찰스 왕세자와 대화를 나눈 퍼거슨 씨는 폴란드 그단스크에서 태어났으며, 1939년 나치의 폴란드 침공 이후 부모, 할머니, 자매 2명과 함께 캐나다로 피했지만, 나머지 가족들을 홀로코스트로 잃었다고 밝혔다.

퍼거슨 씨는 "찰스 왕세자가 푸틴 대통령이 히틀러와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왕실 어른이 이같이 밝힌 데 매우 놀라웠지만, 진심에서 우러난 솔직한 언급이었다"라고 말했다.

앞서 찰스 왕세자 부부는 지난 18일 나흘간 일정으로 캐나다를 공식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영국 왕실과 캐나다의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왕실 인사의 정례적·상징적 방문 행사의 하나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기자 jo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