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료와 업계의 유착 고리인 관피아(관료+마피아)를 척결해야만 국가 개조가 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건국 이래 60여년간 켜켜이 쌓인 관료제의 적폐, 그 자체가 바로 관피아이기 때문이다. 서해페리호,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원전비리, 세월호까지 크고작은 재난·사고·비리의 기저에 관료조직의 부패가 똬리를 틀고 있다. 하지만 관피아 청산에 모두 공감하면서도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막막한 것도 사실이다.

사실 퇴직관료들의 전관예우는 거의 모든 부처와 지자체의 공통된 현상이다. 모피아 산피아 국피아 해피아 감피아 금피아 팜피아 등 이루 헤아릴 수도 없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2010년부터 작년 8월까지 4급 이상 퇴직 공무원 420명이 산하기관·협회에 재취업했다. 이찬열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안전행정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주요 협회 79곳에 퇴직관료 141명이 직무 연관성을 따지지도 않고 취업했다고 한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상 이들 협회는 정부와 지자체의 사무 위탁이나 임원 임명승인을 받는데도 취업심사 대상이 아니다. 공무원연금처럼 재취업 규제도 공무원에 의한, 공무원을 위한 제도인 셈이다.

그렇기에 관피아 척결대책을 관료들에게 맡겨봐야 소용 없다. 관피아가 번성하는 토양이 바로 관치(官治)와 규제의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현직에 있을 때 각종 인허가와 인증제도를 만들어내고, 퇴직해선 산하 협회·조합으로 내려가 로비스트이자 방패막이로 호의호식하는 구조다. 소속을 바꿔가며 3~4번씩 전관예우 임기를 이어가는 경우도 수두룩해, 한 번 임기로 끝난 전관들이 억울해할 정도다. 더구나 규제의 먹이사슬이 강고할수록 업계 스스로 힘센 전관(前官)이 협회장으로 와주길 염원하기 일쑤다.

관료공화국은 이렇게 ‘관치 순응형’ 사회를 만들어왔다. 관피아 척결과 규제 개혁은 알고보면 같은 것이다. 따라서 규제 혁파, 공공기관 개혁에 더욱 속도를 내는 것만이 관피아를 깨는 길이다. 물론 공무원들은 더욱 낮게 엎드려 시간만 흘러가길 기다릴 것이다. 이 정부에서 못 끝내면 차기, 차차기 정부가 반드시 바통을 이어받아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