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일본전통음식 즐기며 친밀감·동맹건재 과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고도로 연출된 '스시(초밥) 외교'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거리 좁히기'를 시도했다.

일본을 국빈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밤 도쿄 긴자(銀座)의 '스키야바시지로'라는 작은 스시집에서 아베 총리의 극진한 영접을 받으며 만찬을 함께 했다.

장소 선정에서부터 일본 측의 단수높은 계산이 깔려 있었다는게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통상 외국 정상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총리가 관저나 영빈관에서 만찬을 베푸는 것이 관례이지만 이번엔 도쿄 번화가의 식당을 택했다.

미일 정상간의 개인적인 친밀도가 역대 최고였다는 평가를 받는 조지 W.부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2002년 도쿄의 선술집풍 식당에서 식사한 것을 벤치마킹한 느낌을 줬다.

두 정상이 찾은 스시집은 카운터에 10명 정도만 앉을 수 있는 작은 식당이지만 7년 연속 미슐랭 가이드에서 별 3개를 받은 명소로, 모듬 스시 정식이 1인당 3만 엔(약 30만 4천 원) 이상에 달하는 최고급 식당이다.

일본 특유의 '축소지향 문화'가 깃든 식당에서 두 정상이 카운터에 앉아 어깨를 나란히 한 채 일본의 전통 요리를 즐기는 장면을 연출한 것이다.

두 정상 간에 개인적인 친분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터에 작년 12월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에 미국 정부가 '실망했다'고 반발하면서 양국관계는 심한 파열음을 냈던 점을 감안하면 두 나라의 동맹관계가 건재함을 안팎에 과시하는데는 최상의 무대연출이었던 셈이다.

배석자도 미일동맹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중인 '소수 정예'로 꾸려졌다.

미국 측에서는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캐롤라인 케네디 주일대사, 일본 측에서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보국장과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주미대사가 각각 자리했다.

분위기는 유쾌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후 8시30분을 조금 넘어 식당에 도착한 뒤 기다리고 있던 아베 총리에게 "신조"라고 친근하게 이름을 불렀고, 아베 총리는 "하우 아 유"(How are you)로 답했다.

노타이 정장 차림의 두 정상은 취재진 앞에서 악수를 하며 포즈를 취한 뒤 식당으로 들어섰다.

밤 10시20분께 식사를 마치고 나온 아베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을 먼저 보낸 뒤 대기중이던 기자들에게 "오바마 대통령이 평생 가장 맛있는 스시였다고 했다"고 전했다.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다양한 과제에 대해 얘기했다"며 "내일 일미동맹이 공고하다는 것을 세계에 발신할 수 있는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두 정상이 만난 식당 주변은 오바마 대통령을 보러 나온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시민들은 식사 전후 오바마 대통령이 오갈때 휴대전화기로 사진을 찍고, 박수를 쳤다.

식당에서 보이는 도쿄의 상징물인 도쿄타워는 미국 성조기 색깔인 빨강, 파랑, 흰색 등 3색의 등을 켜 국빈을 환영했다.

(도쿄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