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주에선 무죄·보호관찰…형평성 논란

세계적 관심을 끈 미국의 '에이즈 불고지 사건' 피고인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23일(현지시간) CBS 애틀랜타 등 조지아주 언론에 따르면 클레이턴 카운티 법원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과실' 혐의로 기소된 크레이그 데이비스(43) 목사에게 징역 20년에 집행유예 10년을 선고했다.

이번 사건은 가해자가 성직자란 신분을 망각하고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보균 사실을 숨긴 채 여성 신도와 성관계를 가진 혐의로 체포되면서 재판 결과에 큰 관심이 쏠렸다.

개신교 전문 매체인 크리스천포스트에 따르면 그는 2005년 HIV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이후 애틀랜타에 있는 '순복음침례교회'에서 목사로 시무하는 동안 40대 여성 2명과 성관계를 했다.

데이비스는 "에이즈에 걸렸다고 왜 미리 말하지 않았느냐"고 따지는 한 피해자에게 "주께서 침묵하라고 했다.

에이즈에 걸린다고 죽지 않는다"고 둘러댄 것으로 알려져 미국 사회에 공분을 낳았다.

클레이턴 법원의 중형 선고를 두고 다른 유사 사건보다 가혹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데이비스의 변호인은 최근 아이오와주에서 데이비스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보호관찰형을 받았고, 같은 조지아주의 게인스빌 법원에선 지난해 10월 유사 사건 피고인에게 징역 2년이 선고됐다며 과도한 형량이라고 비판했다.

지방자치가 발달한 미국에선 HIV 불고지의 처벌 수위가 주마다 차이가 있다.

대부분의 주가 실형 등 엄벌에 처하고 있지만 텍사스주 등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주도 적지 않다.

데이비스 사건 피해자들 가운데 1명이 HIV에 감염되지 않은 것도 논란을 더하고 있다.

HIV 보균자와의 성관계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실제 감염과 같은 피해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로니타 매커피란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매커피는 자신이 에이즈에 걸렸다는 착각에 빠져 극도의 불안을 느끼는 병적 심리 상태인 '에이즈 포비아'로 고통받고 있다.

수차례 HIV 음성판정을 받았는데도 가족들에게 에이즈를 옮길까 봐 어린 딸 양육을 큰딸에게 맡기고 밥도 따로 먹고 있다.

제대로 거동도 못해 다니던 대학도 자퇴했다.

데이비스에게 중형이 내려지자 매커피는 "더 많은 생명을 구한 판결"이라며 만족감을 나타냈다.

데이비스는 앞으로 최소 10년간 감옥살이를 하며, 그동안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야 집행유예로 풀려날 수 있다.

그러나 같은 혐의로 인근 풀턴 카운티 법원에 기소된 상태여서 수형 기간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데이비스와 교회에서 만난 또 다른 피해 여성은 데이비스와의 성관계로 HIV 감염됐다고 주장한다.

목사인 데이비스를 알기 전 15년 간 남자와 잠자리를 한 적이 없다는 게 그 근거다.

(애틀랜타연합뉴스) 김재현 특파원 j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