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처 법인설립 개입 드러나 도덕성 논란

중국의 전·현직 최고 지도부의 친인척이 조세회피처를 통해 탈세 비리를 저질렀다는 폭로 보도의 파문이 글로벌 은행과 회계법인으로 번지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 최고 권력층 친인척이 조세회피처에 서류상 회사를 세워 탈세 행각을 벌이는 과정에 이들 은행과 회계법인이 중심적인 역할을 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의 이 같은 폭로 내용을 전하면서 크레디스위스와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UBS 등 글로벌 은행과 회계법인들이 중국 권력층의 조세회피처 법인 설립과 자금세탁에 개입했다고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는 이날 세계 각국의 언론과 공동 취재한 보고서를 통해 2000년부터 조세회피처 법인을 통해 중국에서 유출된 자산이 최소 1조 달러, 최대 4조 달러(약 4천270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ICIJ는 조세회피처 내 유령회사 설립과 계좌 개설을 도와주는 회사 '포트쿨리스 트러스트넷'과 '커먼웰스 트러스트 리미티드'의 내부 기밀자료 250만 건을 분석한 결과, 중국 본토와 홍콩에 주소를 둔 고객 약 2만2천 명과 대만 고객 1만6천 명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가디언에 따르면 크레디스위스 은행 홍콩사무소는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의 아들 원윈쑹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트렌드 골드 컨설턴츠'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는 것을 지원했다.

원윈쑹은 아버지가 총리로 재임하던 2006년 이 회사의 단독 임원을 지냈다.

원 전 총리의 사위 류춘항 역시 2004년 버진아일랜드에 회사를 세워 2006년까지 단독 임원과 주주로 활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국적 회계·컨설팅 기업 PwC와 국제 은행그룹 UBS도 비슷한 방법으로 중국 권력층 친인척 수백명의 조세회피처 자금 이전을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PwC와 UBS가 이처럼 조세회피처에 확보한 중국계 고객 기업은 각각 1천개와 400개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국적 은행과 컨설팅 기업은 중국 시장의 규제를 우회하는 방법으로 부패한 권력층과 결탁해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비즈니스를 확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관련 기업들은 조세회피처 기업 서비스도 관련 법과 윤리규정을 엄격히 지키고 있다고 항변했다.

또 드러난 내용만으로 역외 탈세나 불법행위 의혹을 판단하기 어렵다고도 반박했다.

크레디스위스 은행을 비롯한 각 기업은 논란과 관련 고객 기밀보호 의무 때문에 이 문제를 언급할 수 없지만 자금세탁과 관련한 국제 규정을 지키고 있다고 밝혔다.

(런던연합뉴스) 김태한 특파원 t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