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같은 장기침체가 세계 경제의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칼럼에서 “최근 개선된 통계가 발표되고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자 낙관적인 전망이 커지고 있지만, 1990년대 일본의 경우에서 보듯 ‘가짜 새벽’이 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짜 새벽’이란 경제 회복세가 그동안 지속된 어려움에 따른 기저 효과로 나타난 일종의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서머스 전 장관은 현 상황을 장기침체로 보는 네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먼저 4년 전 금융분야의 개선이 이뤄졌지만 미국에서만 경제 회복이 시작됐으며 다른 선진국은 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10년간 거품과 신용기준이 약화돼 대출이 쉬워졌지만 경제 성장은 크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세 번째로 단기이자율이 제로금리에 가까워 금리정책으로 완전고용에 필요한 투자를 유도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임금과 물가가 예상보다 많이 떨어지면서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모두 소비와 투자를 미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유럽과 일본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미국보다 낮고 선진국들의 인플레이션 목표치가 낮을 뿐 아니라 회복 조짐도 없기 때문에 만성적인 수요 부진에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머스 전 장관은 장기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수요를 뒷받침할 거품이 필요하다는 일부의 주장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위적 거품을 만드는 것보다는 생산적 투자와 소비 확대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