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말라리아·결핵 퇴치에도 542억원 지원
한국, 빈곤퇴치기금으로 기여금 규모 2배 증액

"한국과 가까운 북한의 남쪽 국경지역에 말라리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이를 퇴치하지 않으면 한국도 위험합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기부금을 받아 전 세계 에이즈·결핵·말라리아 등 3대 질병 예방과 치료에 앞장서는 글로벌 펀드의 크리스토프 벤 대외협력 이사의 지적이다.

글로벌 펀드는 지금까지 북한을 포함한 전 세계 151개국에 270억 달러(약 28조5천700만여원)를 지원해 2012년 중반 현재 360만명의 에이즈 환자를 치료했고, 930만명의 결핵환자를 진단·치료하는 한편 말라리아 예방을 위해 2억7천만개 이상의 방충망을 배포했다.

기본적으로 인간 생명을 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 국제단체이다.

유엔 총회 결의를 바탕으로 지난 2002년 글로벌 펀드가 설립되기 이전만 해도 전 세계에서 매년 600만명 이상이 에이즈·결핵·말라리아로 숨졌다.

그러나 글로벌 펀드 발족에 따라 310만명(2001년)이던 세계 에이즈 발병은 270만명(2010년)으로 줄고 결핵 진단율은 43%에서 65%로 늘었다.

또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서 방충망을 갖춘 가구 수는 3%에서 45%로 증가했다.

글로벌 펀드는 2010년 이후 지금까지 북한에 총 6천700만 달러(약 709억원)를 제공해 결핵환자 12만 명을 진단·치료하고, 말라리아 예방을 하기 위해 모기장 71만 개를 배포했다.

2012년까지 말라리아에 1천856만 달러, 결핵에 3천266만 달러 등 총 5천123만 달러(약 542억1천여만원)를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니세프를 통해 지원했다.

글로벌 펀드는 이를 통해 오는 2014년까지 북한 전체의 말라리아 발병률을 평균 1천명당 1.57명 수준에서 절반으로 줄이고, 특히 말라리아 발병이 심한 남쪽 지역은 1천명당 3.1명 선에서 70% 수준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세우고 방역과 방충망 등에 대한 재정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전염 위험성이 있는 결핵은 모든 지역에서 'MDR-TB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실시해 진단은 물론 치료율도 계속 높여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에이즈 발병 보고는 거의 없는 상태이다.

글로벌 펀드는 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을 미국, 프랑스, 영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과 민간 기업이나 재단 등에서 기부를 받아 조달해왔으며 최근 들어 경제 규모가 커지는 국가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기여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04년부터 전체 재원의 0.2% 수준에서 분담을 해왔고 2012년에는 200만 달러(약 21억1천여만원)를 기여했다.

하지만,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한국 정부는 글로벌 펀드에 대한 지원 규모를 400만 달러로 늘리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2014-2017년 재정조달 계획 수립을 위해 12월 3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제3차 글로벌 펀드 재정조달회의에서 이를 공식 약정할 예정이다.

이 회의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존 케리 국무장관,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도 참석할 계획이다.

3년 단위로 재정 조달 계획을 수립하는 글로벌 펀드의 201년에서 2012년까지의 재정 규모는 34억4천만 달러였다.

이중 에이즈에 81.6%, 말라리아에 11.5%, 결핵에 0.3%가 사용되며, 전 세계 에이즈 기금의 1/4, 결핵 기금의 2/3, 말라리아 기금의 3/4을 점유할 정도로 크다.

한국은 보건복지부가 계속 해오던 200만 달러의 예산 지원은 그대로 유지하고, 외교부가 관리하는 빈곤퇴치기금에서 매년 200만 달러씩 5년간 추가 지원하도록 할 방침이다.

국제빈곤퇴치기금은 국제선 항공권 구입 시 1인당 1천 원씩을 부과해 조성되는 기금으로 결국 한국 국민이 모두 십시일반으로 글로벌 펀드에 성금을 내고 간접적으로 북한을 돕는 셈이다.

글로벌 펀드 크리스토프 벤 대외협력 이사는 "한국이 기여금을 두 배로 증액해주기로 한 데 대해 감사드린다"면서 "한국의 참여는 다른 G20 국가들도 참여할 수 있는 모범을 보이는 것"이라고 환영했다.

벤 이사는 또 북한 지원사업에 대해 "WHO와 유니세프를 통해서만 자금을 집행하며 북한 정부에 직접적으로 현금이 들어가는 일은 없다"면서 "한국이 독자적으로 국제 구호활동을 하는 것보다 글로벌 펀드를 통해서 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고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둔 직원 600명의 글로벌 펀드는 자금 투명성 확보를 위해 직접 사업을 하지 않고 감독기능만 수행하고 국제기구, 국가, 시민단체 등 협력 파트너를 통해 사업을 수행하며 별도의 국가 지역사무소를 두지 않고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류현성 특파원 rhe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