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번역원과 함께하는 인문학 산책] 별건 수사
최근 우리나라 범죄 수사를 총괄하는 검찰 조직 전체가 한바탕 큰 홍역을 치렀다. 총수 개인의 문제에서 비롯된 파장이 조직 전체를 뒤흔드는 결과를 낳았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그냥 지나치기에는 개운치 않은 수사 용어 하나가 심심찮게 언론에 등장했다. 바로 별건 수사라는 단어다. 별건 수사란 피의자의 특정한 범죄 혐의를 밝혀내기 위해 그와는 관련 없는 사안을 수집, 조사해 피의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는 수사 방식을 말한다. 이 방식은 약점을 잡힌 피의자가 그 약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순순히 협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의외로 수월하게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허위자백을 유도하는 등 악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바람직한 방식은 아니다.

현대 형사법에서는 ‘열 사람의 도둑을 놓치는 한이 있더라도 한 사람의 무고한 사람을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방식을 검찰, 경찰이 수사기법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솔직히 놀랍다.

조선 초기의 문신인 삼탄(三灘) 이승소(李承召)가 형조 판서를 사직하며 올린 글을 보면 잘못된 수사로 인해 피의자가 겪을 고초와 재앙적 결과에 대해 절실하게 이야기하면서, 한(漢)나라 때 개가(改嫁)하지 않고 시어머니를 효성스럽게 모시던 동해군(東海郡)의 한 청상과부가 시어머니의 살해범으로 오인받아 죽임을 당하자 동해군에 3년간 심한 가뭄이 들었다는 고사를 들고 있다.

이처럼 전통시대에는 자연재해를 인간들의 그릇된 행위에 대한 하늘의 응징이라고 봤다. 그렇기 때문에 억울함이 없도록 옥사를 분명하게 처리하는 것은 선정(善政) 여부를 평가하는 매우 중요한 덕목이었다.

“땅에 금을 그어놓고 ‘이것이 감옥이다’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그 금 안으로 들어가기를 꺼린다”는 말이나 “감옥에서의 하루는 1년과 맞먹는다”는 옛말에서 보듯이, 감옥에 구속되는 것은 설사 죄를 지은 사람이라도 못 견딜 일일 것이다. 하물며 억울하게 갇힌 경우라면 그 심정이 어떻겠는가.

물론 수사를 하는 사람들이 일부러 증거를 조작해 무고한 사람을 얽어매고자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리 결론을 내려놓은 상태에서 별건 수사와 같이 상대의 약점을 잡아 자백을 유도하거나 지나치게 겁을 먹게 만들어 범죄를 자복하게 한다면 전혀 실제와 다른 엉뚱한 결과를 도출할 확률이 높다.

권경열 < 한국고전번역원 번역사업본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