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도전과 맷집
사업에 관심이 있는 청년들과 소통의 자리를 갖다 보면, 성공적인 벤처회사 운영을 위한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게 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펙’은 잠시 미뤄두고, 스스로 ‘맷집’이 있는 사람인지 돌아보라고 말한다.

세상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사람이나 기업들을 보면, ‘백이면 백’ 그 이면에 실패와 고난의 히스토리를 영광의 상처처럼 지니고 있다. 스스로 모험과 도전정신으로 무장하고 있다는 눈빛으로 내게 질문을 하는 그 청년들도 대부분 이러한 스토리를 알고 있다. 하지만 직접 겪는 것과 그냥 듣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나는 그들에게 회사에 돈이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 함께 일하는 사람과 의견이 다르면 배가 산으로 가고, 믿었던 사람들과 어떻게 헤어지는지까지 아주 현실적인 이야기로 그들의 도전정신에 담금질용 찬물을 끼얹곤 한다. 이것은 요즘 유행하는 슈퍼스타K나 K-POP스타 같은 서바이벌 오디션 TV 프로그램의 심사위원들이 냉철하게 연예계 현실을 전달하는 마음과 비슷하다.

벤처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나가는 과정은 멋진 청사진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CEO 타이틀에 대한 욕심이나 대박 상장의 꿈을 꾸기 전에 시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인정받아 ‘살아남는’ 과정에 대해 이해하고 부딪히고 깨져보는 것이 먼저다.

실제로 실패와 어려움을 겪어보면 그 사람의 ‘맷집’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데 이를 ‘회복 탄력성’이라고 한다. 밑바닥까지 떨어졌을 때, 이를 구렁텅이 늪으로 여기지 않고 더 높이 튀어오를 수 있는 용수철 발판이라고 생각하는 능력 말이다.

‘맷집’ 단련을 위해서는 어려운 환경이 필수적으로 주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고리타분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헝그리 정신으로 무장하는 단계를 건너뛰고 승승가도를 달리는 벤처는 없다는 의견에 동의한다. 나의 두 번째 도전 사업인 SNS마켓 벤처를 운영하는 팀원들에게도 마치 사자가 자신의 새끼를 절벽에서 굴러 떨어뜨리는 마음으로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려고 애쓰고 있다. 덕분에 팀원들은 많은 시행착오를 견뎌냈을 뿐 아니라 그 환경을 활용해 스스로 ‘맷집’을 단련시키는 방법을 터득해 나가며 성과를 이루고 있다.

실패와 시련을 ‘견디고’ 성공했다가 아니라, 실패와 시련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라는 수준의 ‘맷집’은 젊은 도전가들에게 있어 가장 필수적인 자질이다. ‘맷집’ 단련은 안 되는 것을 참고 견디는 과정이 아니라 ‘되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김태욱 < 아이패밀리SC·굿바이셀리 대표 ktw22@iweddi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