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 식비 지원 제도인 ‘푸드 스탬프’ 제도가 국내에서도 도입될 전망이다. 밥과 김치만 먹는 저소득층에 고기와 과일도 사먹게끔 식품 구입권을 줘 영양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18일 “미국의 푸드 스탬프 제도를 참고한 식품지원 제도를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국산 농·수·축산물 소비를 활성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최근 연구용역을 통해 취약계층의 식생활과 영양 실태 조사에 나섰다. 기존 생계비 지원으로는 ‘영양섭취 사각지대’를 없애기 어렵다고 보고 독거노인이 많은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시범사업 대상을 선정할 방침이다.

푸드 스탬프는 취약계층에 바우처(쿠폰)나 전자카드 형태로 식비를 제공하는 제도다. 미국에서는 불황이 극심했던 1939년 처음 선보였고 1960년대 제도 개선을 거쳐 전국적인 ‘영양 안전망’으로 자리잡았다.

국내에서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해 저소득층에 식비를 비롯한 생계비를 지원한다. 이계임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저생계비의 37.7%가 식료품비(2012년 기준)로 책정돼 있지만 실제로 그만큼 소비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수급에서 제외된 차상위계층, 저소득 고령자의 영양 불균형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최저생계비 미만 가구는 곡물과 조미식품(고춧가루, 장류, 조미료 등) 소비는 가구 평균보다 많고 육류와 유제품, 과일 소비는 크게 부족했다. 이 연구위원은 “생계비 지원에서 식비는 현금 대신 바우처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걸림돌은 기존 복지 제도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기초생활수급자 입장에서는 지출 선택권이 줄어들어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재정이다. 미국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혜자가 70% 급증, 지난해 말에는 4700만명에 달했다. 지난해 푸드 스탬프에 들어간 돈은 746억달러로 국토안보부와 법무부, 내무부 예산을 합친 규모와 맞먹는다. 빈곤층을 고착화한다는 비판도 거세다.

■ 푸드스탬프

food stamp. 저소득층에 식품 구입용 바우처나 전자카드를 매달 제공하는 지원 제도. 수혜자는 정부가 지정한 소매업체에서 술 등을 제외한 식품을 일정액까지 살 수 있다. 미국에서는 1964년 영양 보충 보조 프로그램(SNAP)의 일환으로 푸드 스탬프 제도를 도입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