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아모림', 끊임 없는 기술투자…세계 일류 원동력
와인의 주요 생산국은 프랑스를 비롯해 이탈리아, 칠레, 호주 등이 꼽히지만, 와인병의 코르크 마개는 포르투갈산을 제일로 친다. 코르크 나무 생산지가 주로 지중해 지역인데, 그 중에서도 포르투갈이 코르크 마개의 최대 생산국이다. 포르투갈은 세계 코르크 생산량의 55%를 맡고 있으며, 품질이 좋기로 유명하다. 포르투갈 수출 품목 가운데 코르크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2.3%에 이른다. 세계 1위 코르크 마개 생산업체도 포르투갈에 있다. 코르티세이라 아모림(이하 아모림)이라는 회사다.

포르투갈의 '아모림', 끊임 없는 기술투자…세계 일류 원동력
아모림은 세계 코르크 마개 시장의 25%를 점유하는 회사다. 코르크 제품과 그 파생품의 생산과 판매를 통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했다. 이렇게 높은 시장점유율을 가진 기업은 포르투갈에서 아모림이 유일하다. 아모림은 1870년 포르투갈 산타마리아 페이라에서 와인저장고로 시작했다. 창업주 안토니우 알베스 아모림 이래로 현재 회장인 안토니우 리오스 데 아모림까지 4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 회사명도 창업주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아모림은 코르크 마개, 절연 코르크, 복합 코르크 등을 생산하는데 그 중에서도 최고의 품질을 자랑하는 코르크 마개는 미국, 스페인, 러시아 등 세계 82개국 1만5000여개 와인제조업체에 납품한다. 아모림은 지난해 기준 5억유로(약 731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3800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친환경 경영’의 대표 주자

포르투갈의 '아모림', 끊임 없는 기술투자…세계 일류 원동력
아모림 경쟁력의 원천은 세계 최대인 포르투갈 코르크 나무 숲이다. 아모림의 코르크 숲에만 8000여만 그루의 코르크 나무가 자생한다. 코르크 나무는 참나무과의 교목으로 높이는 15~30m에 달한다. 평균수령은 200년 정도이며, 지중해 지역과 북아프리카에 걸쳐 분포한다. 코르크 마개의 원료가 되는 코르크 나무의 껍질은 최대 25㎝까지 두꺼운 층을 형성한다. 추위와 더위로부터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코르크 나무 한 그루에서 4000개의 코르크 마개를 만들 수 있다.

포르투갈 리스본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포르투갈 코르크 숲의 이산화탄소 흡수능력은 포르투갈 연간 배출량의 5%인 480만에 달한다. 아모림의 코르크 나무 숲은 연간 2만5000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를 막는 데 일조하고 있다.

아모림은 코르크 마개를 만들고 남은 재료로 건물의 바닥소재, 벽지, 신발 등을 만들 뿐만 아니라 자동차와 항공기 부품 제작에도 사용한다. 코르크는 단열이 뛰어나고 방음이 잘 돼 건축용 자재로 안성맞춤이다. 무게가 가볍고 불에 잘 타지 않아 자동차와 항공기의 내·외장재를 만드는 데도 제격이다. 미생물에 의해 무해물질로 쉽게 분해되기도 한다.

제품으로 만들 수 없는 폐기물은 공장에서 연료로 사용한다. 아모림의 에너지 수요 중 45% 이상이 재활용 원료로 충당된다. 아모림의 재활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전 세계 와인 소비자들로부터 회수한 코르크 마개를 재활용해 다양한 파생품을 만든다. 폐기물을 자원으로 활용해 부(富)를 창출하는 아모림은 지속가능 경영의 대표적인 예다.

환경을 고려한 아모르 껍질 채취 기준도 눈여겨볼 만하다. 껍질은 25년 이상 된 나무에서 9년마다 한 번씩 벗겨낸다.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껍질을 벗길 때마다 나무에 그해의 연도를 표시해 과도하게 껍질을 벗기지 않도록 유의한다. 껍질이 다 자라는 데 9년이 걸리는 특성을 배려한 조치다. 마누엘 상투스 아모림 홍보실장은 “껍질을 벗겨도 나무의 생장에는 지장이 없다”며 “다시 코르크 층이 생겨 주기적으로 껍질을 벗겨주는 것이 오히려 나무의 생장에 좋다”고 설명한다. 나무를 벌목할 필요 없이 껍질만 벗겨내면 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오랜 세월을 견디게 한 혁신의 힘


코르크 나무 껍질 - 나무 한 그루에서 4000개의 코르크 마개를 만들 수 있다 .
코르크 나무 껍질 - 나무 한 그루에서 4000개의 코르크 마개를 만들 수 있다 .
기업의 역사가 140년이 넘는다는 것은 세월의 변화에 적응해 끊임없이 혁신해왔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모림은 혁신을 위해 매년 5만유로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할 뿐만 아니라 3800명의 직원들에게 기술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살아남기 위한 끊임없는 기술투자는 아모림을 세계 일류 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은 원동력으로 꼽힌다.

대표적인 기술혁신의 예는 TCA라는 화학성분의 제거 시스템이다. 와인을 보관할 때면 코르크에서 TCA가 생성돼 와인의 풍미를 저해하는 ‘코르키 현상’이 종종 일어난다. 이 현상 때문에 일부 사람들은 “와인에 코르크 마개 대신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뚜껑을 도입하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모림은 코르크 마개 생산과정에 자체 개발한 TCA 제거 시스템을 도입해 이 같은 우려를 씻어냈다. 혁신을 위한 기술투자가 아모림의 코르크 마개를 명품으로 만든 것이다.

와인 마개를 따는 번거로움을 없애버린 혁신적인 마개도 개발했다. 아모림이 최근 선보인 코르크 마개 ‘헬릭스’는 오프너 없이 머리 부분을 잡고 돌려 열면 된다. 유리병과 코르크 마개에 파인 나선형 홈을 통해 나사를 풀 듯 쉽게 열 수 있다. 와인을 마시고 남을 경우 마개를 반대로 돌려 밀봉할 수도 있다. 다른 코르크 마개가 한번 열면 다시 사용할 수 없고, 남은 와인을 보관하기 어려웠던 것과 대조적이다.

헬릭스는 이런 장점들을 갖추고서도 와인이 가진 특유의 품위와 멋진 분위기를 잃지 않는다. 외신들은 “코르크 마개의 불편함 때문에 그동안 알루미늄이나 플라스틱 뚜껑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지만, 헬릭스 출시로 그런 주장은 힘을 잃게 됐다”고 전했다.

아모림 회장은 “헬릭스는 재사용이 가능하고 편하게 열 수 있다”며 “품위와 편리성을 모두 바라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킨다”고 설명했다.

박병종 기자 dda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