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진실 공방을 둘러싼 민주당 내 기류가 미묘하게 갈리는 분위기다.

비주류 중심의 지도부는 국정원 대선개입 및 새누리당의 대화록 사전입수 의혹에 화력을 집중하려는 반면, 친노·범주류측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북방한계선) 포기 발언' 논란 등 대화록 진실 공방에 방점을 두는 양상이다.

이는 현 정국에 대한 인식차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도부는 NLL 등 대화록 공방을 새누리당이 쳐놓은 '종북 프레임'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에서 여론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포석이므로 이에 휘말려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밀어붙였으면 박근혜 대통령을 일찌감치 책임선상에 올려놓을 수 있었는데, NLL 문제로 초점이 이동되면서 국정원 사건이 밀려나게 됐다"고 말했다.

지도부는 이번주 국정원에 대한 국정조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만큼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을 전면에 내세울 모멘텀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문재인 의원은 연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NLL 정국'에서 새누리당과 국정원의 공세에 밀리지 않고 진검승부를 벌이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

문 의원은 전날에도 트위터에 "NLL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은 정상회담에서 NLL을 포기했다고 주장하는 새누리당"이라는 글을 올려 박 대통령의 전날 NLL 관련 발언을 비판했다.

이미 지도부와 문 의원 등 범주류 측은 '국정원 정국'에서 손발이 맞지 않는 듯한 모습을 몇 차례 드러냈다.

지난달 21일 김한길 대표가 '선(先)국조-후(後)대화록 공개' 방침을 발표한 뒤 문 의원은 몇 시간만에 전제조건 없는 '대화록 원본 전면공개' 카드를 꺼내들었다.

또 민주당의 첫 장외집회가 열린 30일에는 문 의원이 국가기록원 대화록 열람 후 'NLL 포기' 발언이 사실로 나타나면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도부 일각에서는 문 의원 측에 NLL과 관련한 발언을 자제하도록 요청해야 한다고 김 대표에게 주문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에선 NLL발언 진실공방보다 대화록 유출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당 '국정원진상규명 특위'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한 의원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이 인천상륙작전이라면 NLL 관련 문서 유출 문제는 노르망디상륙작전에 비유될 정도로 체계적 조직적으로 진행된 엄청난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lkb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