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에게 어려운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 주식시장은 2011년 하반기 이후 경기 둔화와 기업 실적 악화라는 악재,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수준)이 낮다는 호재 사이에서 오랫동안 횡보하고 있다. 채권 금리는 지난 5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 오히려 상승세로 돌아섰다. 신규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표이자를 보고 자금을 투자하기에는 절대금리가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 하향 조정 등 세법 개정으로 세금 부담은 늘어난 상황이다.
하반기 주식 비중 늘리고 채권은 금리 반등 이후 투자
○하반기 주식 비중 확대해야

올 하반기에는 국내 증시의 상승세가 본격화되고 사상 최저 수준인 시중 금리가 다소 오를 가능성이 높다. 박스권에 머물러 있는 증시가 조정을 받을 때 이를 기회로 선제적으로 주식 비중을 늘려야 한다. 채권은 하반기 금리 반등 이후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해외 투자는 단기 시세차익을 지양하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선진국에 비해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신흥국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신흥국 가운데에선 브라질, 러시아, 중국 등 브릭스(BRICs) 국가보다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ASEAN) 국가가 유리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투자 대상별로 성과 차이가 크게 벌어질 것이다. 시장의 흐름을 읽고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2.6%로 전망하고 있다. 상반기 중에는 가계부채 문제로 인한 국내 소비 제약, 일본 엔저 심화, 중국 경제 회복 둔화로 인한 수입 수요 증가세 감소 등으로 다소 부진한 모습이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3.5% 내외의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것이라는 게 국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기획재정부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2.3%에서 2.8%로 상향조정하기도 했다.

하반기 경기 개선을 점치는 이유는 미국 주도의 경제 회복이 글로벌 경제 전반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이 올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내놓은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국내에서도 대규모 추경 예산 집행 및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 여기에 발맞춰 기업 실적도 3분기 이후 개선될 것이다. 현재 주가 수준이 과거 대비, 그리고 다른 국가 증시 대비 낮은 수준이라는 걸 감안하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제는 개별 종목 대응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증시는 뚜렷한 주도주 없이 중소형주→내수소비주→우선주→대형 경기민감주 순으로 상승 흐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게다가 업종 간, 종목 간 주가 차별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글로벌 경제 회복 속도에서 미국 등 선진국과 중국 등 신흥국의 차이가 심화되고, 부동산 시장 침체와 가계 부채 심화 속에서 내수 기업이 모두 좋아지기 힘들기 때문에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따라서 상장지수펀드(ETF), 펀드, 랩어카운트, 구조화 상품 등 간접투자상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원하는 투자자라면 한국형 헤지펀드나 롱쇼트 전략(저평가된 주식을 매수, 고평가된 주식을 매도)을 사용하는 주식형 펀드가 좋은 대안이다. 이들 펀드는 개별주식 공매도, 지수 선물 매도 등을 통해 시장 하락 위험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대응이 가능하다.

○채권 금리 상승폭 제한적
채권 투자의 경우 하반기 금리 상승 리스크가 최대 아킬레스건이다. 하지만 추세적으로 계속 상승하기는 어렵다. 금리 상승이 일정 수준 이상 진행 된 뒤 채권을 매입해 장기간 이표이자로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을 추천한다.

최근 채권 시장의 뜨거운 감자는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축소 가능성이다. 미국 경제는 정부 예산 지출 축소(시퀘스터)에도 불구하고 민간 부문이 살아나면서 견조한 회복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고용 시장 회복 속도가 아직 더딜 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도 낮기 때문에 미국 중앙은행(Fed)은 출구전략의 속도를 조정하면서 시장 충격을 완화시키려고 할 것이다. 물론 Fed가 출구전략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자금이 미국으로 유입되면서 다른 국가들의 채권 금리를 끌어올릴 것이다.

국내에서는 추경 예산 편성에 따른 국채 발행 증가가 금리 상승을 이끌 수 있다. 국내 경기도 회복되면서 추가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주식이나 부동산 등 위험 자산 투자 유인도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국내 금리가 지속적인 상승 추세를 보이기는 어렵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노동참여 인구를 줄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잠재경제성장률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저성장·저물가·저금리로 경제 여건이 변화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금리는 동일한 신용등급을 가진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서 여전히 높아 외국인의 채권 매입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 증시 중장기도 유망


글로벌 경기가 점진적으로 회복하면서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신흥국 증시로 글로벌 유동성이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신흥국 투자 전에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경기회복에도 불구,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기 이전에는 중국 등 수출 제조업 비중이 높은 신흥국이 성장하면서 원자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었다. 하지만 현재 글로벌 경기 회복 양상은 미국 내수 경기가 이끌고 있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원자재 가격 상승은 요원하다. 금융위기 직전 광산 등 원자재 생산 시설에 대한 투자가 급속히 이뤄져 현재 구조적인 공급 과잉 양상이라는 점도 전문가들이 가격 상승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다.

하반기 주식 비중 늘리고 채권은 금리 반등 이후 투자
따라서 브라질 러시아 등 원자재 수출 비중이 높은 신흥국 증시는 향후 글로벌 경기 회복에서 소외돼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 장기적으로 안정적 성장을 지속할 신흥국 소비재 부문과 내수 경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신흥국 투자가 바람직하다. 중장기적으로 성장이 예상되는 아세안 및 최근 경제지표 부진으로 조정을 받고 있는 중국 시장 투자가 유망한 이유다.

김현규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 수석연구원 hyunkyu7.kim@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