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처음으로 복제했지만 국내에서 같은 방식의 연구가 성공으로 이어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불임치료용 난자 기증을 제외한 모든 난자 기증은 불법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마지막까지 연구를 진행해왔던 차의과대 줄기세포 연구진이 최근 미국행을 택한 이유도 신선난자를 구하기 쉬운 연구 환경을 찾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진희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국내에선 인공수정을 위해 채취된 난자 중 수정이나 착상에 실패해 폐기 예정인 냉동난자만 제공자의 서면동의를 통해 제한적으로 배아복제 연구에 사용토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냉동난자는 신선난자와 달리 실험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연구용 난자 기증을 허용할 경우 여성의 과배란을 유도하거나 신선난자를 무분별하게 파괴한다는 종교적·윤리적 반대 여론도 심하다.

실제로 차의과대 연구소는 복지부로부터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주 수립연구’ 승인을 받아 2009년 5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맞춤형 줄기세포 연구를 진행했지만 결국 배아 복제에 실패했다.

이동률 차병원 줄기세포연구소 부소장은 “황우석 사태 이후 엄격해진 관련법 때문에 신선난자를 국내에서 얻거나 사용하기가 어려웠다”며 “현재 차병원 연구진이 계열사인 차바이오앤디오스텍과 미국으로 건너가 국내에서 진행했던 방식과 동일한 임상시험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