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일보 필화 사건'에 연루돼 혁명재판소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던 언론인 고 송지영(1916∼1989)씨가 사건이 발생한 지 52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유상재 부장판사)는 29일 고인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송씨가 민족일보의 주요 간부였음을 입증하는 증거가 없고 반국가단체에 이익이 되리라는 점을 인식할 수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민족일보에 대해 "취재·보도를 하는 언론기관일 뿐 아니라 영리 목적의 법인으로 특수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법 6조의 '사회단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사설이나 논조도 북한의 활동을 고무·동조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당시 군부세력이 송씨를 처벌하는 근거로 삼은 특수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법상 '사회단체의 주요 간부'라는 개념이 "지나치게 막연하고 자의적이어서 법률 자체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선고를 마친 뒤 "법치를 수호해야 할 국가 기관이 피고인에게 감내하기 어려운 극형을 내린 데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재심 판결이 권위주의 시대의 부당한 과거사를 바로잡고 유명을 달리한 고인에게 안식이 되길 바란다"고 위로했다.

군부세력은 1961년 조용수 사장을 중심으로 민족일보가 창간하자 간첩 혐의자에게 공작금을 받고 북한의 활동을 고무·동조한 혐의로 조 사장을 체포하고 신문을 폐간 조치했다.

고인은 창간에 관여한 혐의로 조 사장 등과 함께 사형을 선고받은 뒤 무기징역으로 감형받았다.

조 사장은 같은해 12월21일 처형됐다.

고인은 1969년 출소해 11대 국회의원과 한국방송공사 이사장 등을 지냈다.

당시 군부세력은 이들을 체포한 이후 특수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고 이를 소급적용해 조 사장 등을 기소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6년 '불법으로 제정된 소급입법에 의해 당시 혁신계의 주장을 강하게 대변하는 대표적 신문이던 민족일보 사장 조용수를 희생시킨 사건'이라며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조 사장은 2010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국가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아 명예를 회복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te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