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산학협력' 주도… 美실리콘밸리, 日히타치와 네트워크

국내 양대 과학기술 특성화대학인 KAIST(한국과학기술원)와 포스텍(포항공대)을 재미 공학자 출신인 해외파 총장이 이끌게 됐다.

3일 KAIST와 포스텍에 따르면 이들 대학의 강성모·김용민 총장은 수십년간 쌓은 해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글로벌 산학협력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강성모 KAIST 신임 총장(68)은 지난달 31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새 총장으로 선임됐다. 퇴진하는 서남표 총장의 뒤를 이어 이달 23일부터 4년간 KAIST의 수장을 맡는다. 강 총장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UC머시드 총장을 역임했다.

한국인 최초로 4년제 미국 대학 총장을 지낸 이력이 첫눈에 주목 받았지만, 그는 실리콘밸리에서도 인정받을 만큼 탄탄한 연구력과 글로벌 네트워크의 '내실' 을 갖춘 인물이다.

강 총장은 UC버클리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직후인 1975년 럿거스대 교수로 임용됐다. 이후 AT&T사 벨랩(Bell Lab) 선임연구원을 지낸 것 역시 연구력을 인정받은 결과다. 2000년대 들어 실리콘밸리 공학의회(Silicon Valley Engineering Council) 회장도 역임했다.

서남표 총장은 앞서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 시절 경험을 살려 KAIST에 MIT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주력했다. 신임 강 총장은 KAIST에 실리콘밸리 문화를 접목하고 그간의 네트워크를 살려 해외 공동연구와 국제 산학협력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받는다.

김용민 포스텍 총장(60)은 2011년 9월 첫 외부 영입 총장으로 취임했다. 김 총장은 해외 네트워크를 토대로 연구프로젝트 수주, 기술사업화를 이끌 것으로 평가받았다. 학교 재단 이사장인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융합연구를 통해 연구중심대학으로서 포스텍이 지향하는 산학협력모델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달라" 고 주문했다.

특히 융합연구와 산학협력의 적임자로 꼽힌 게 컸다. 그는 30년 가까이 워싱턴대에 재직하며 생명공학 전자공학 컴퓨터공학 방사선의학 4개 학과 교수를 겸임한 이력의 소유자다. 멀티미디어 비디오 영상처리, 의료진단기기, 의료영상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인정받았다.

지난해 김 총장이 내놓은 16억 원의 '총장 장학금' 역시 그의 국제 네트워크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 장학금의 재원은 그가 일본 히타치(Hitachi)사로부터 12년간 지원받은 연구과제가 끝나면서 남은 연구비였다. 히타치사와 워싱턴대는 연구 책임자인 김 총장의 연구 성과에 감사를 전하며 이를 장학금으로 쓰는 데 합의했다.

포스텍은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에게 공동 융합연구 과제를 선택할 수 있게 해 워싱턴대와의 공동연구도 강화하게 됐다. 포스텍 측은 "총장 개인의 연구비로 거액의 장학금을 만든 이례적 케이스" 라며 "한 연구자의 노력으로 한·미·일 3국이 힘을 모아 장학금 결실을 맺은 것이라 더욱 의미 있다" 고 설명했다.

한경닷컴 김봉구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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