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업계에서 최고 투자전략가로 꼽히는 두 사람이 주식시장에 대해 완전히 다른 전망을 제시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전무)과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이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들이 투자전략을 수립할 때 반드시 의견을 듣는 애널리스트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올해 코스피지수가 최고 2200대 중반까지 오를 것이란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지수의 연간 흐름과 관련해서 조 전무는 ‘상고하저(上高下低)’를, 조 상무는 ‘상저하고(上低下高)’를 예상했다.

◆‘상고하저’ vs ‘상저하고’

두 사람은 올해 주식시장이 작년보다는 나은 모습을 보일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연간 저점도 1800대 초·중반에서 형성될 것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내용을 자세히 보면 상당한 차이가 있다.

조 전무는 올해 코스피지수의 고점이 상반기 또는 늦어도 오는 8월 전에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재정절벽 우려로 1분기 위축됐던 미국 경제가 2분기에 다시 회복세로 돌아서고, 중국 경제는 재고 조정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새 정부의 부양책이 나오면서 올봄에 본격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3분기에는 코스피지수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조 전무의 판단이다. 그는 “3분기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3%대를 돌파하면 시장금리가 상승 압력을 받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시장금리 상승은 세계 각국 금리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결국 증시에 리스크 요인으로 부상할 것이란 시나리오다.

조 상무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올해 증시의 최대 리스크로 유럽 신용위험 재부각을 꼽고 있다. 조 상무는 “현재 투기등급 바로 한 단계 위에 있는 스페인 국채가 이달 중 투기등급으로 강등되면 글로벌 증시는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하반기에 들어가면 중국 새 정부의 고정자산 투자 확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실물 경기 회복세가 본격화하고, 코스피지수도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재·소재 전망도 이견

화학 철강 조선 등 그동안 소외됐던 산업재·소재주의 반등 여부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조 전무는 산업재·소재 업종 주가가 상반기에 다른 업종을 능가하는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시장에서 각 업종의 이익이 차지하는 상대적 비중 변화를 살펴보면 산업재·소재 업종이 작년 대비 개선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는 게 근거다.

반면 조 상무는 “산업재·소재 업종은 올 상반기 이익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극적인 반전이 나타날 것이란 게 조 상무의 생각이다. 그는 “산업재·소재 업종의 이익은 통상 거시경기에 후행해서 나타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 궤도에 올라서는 하반기에 의미 있는 상승 랠리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