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경제민주화를 앞세워 대기업 규제 방안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재계가 머리를 맞대고 위기 극복을 위한 상호협력을 다짐했다. 정부는 그동안 한국경제의 성장과 고용을 이끌어온 기업들의 노력을 각별히 평가했고, 경제계는 투자 및 수출 확대와 고용 유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가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제2차 경제살리기 특별위원회’에 참석, “일각에선 우리 기업들의 노력과 성과를 폄하하는 시각도 있지만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 문턱에 이르기까지 기업인들이 국민과 함께 흘린 땀과 눈물은 정당하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이 순간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불철주야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우리 기업인과 근로자들에게 온 국민을 대신해 경의를 표한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투자와 고용을 늘려달라”고 당부했다.

경제부처 수장의 기업 친화적 발언에 고무된 재계도 경기 회복에 힘을 보탤 것을 결의했다. 이날 경제5단체와 자동차·조선 등 업종단체장은 ‘투자 및 수출 확대와 고용 유지를 위해 경제인들이 솔선수범하겠다’는 내용의 산업계 결의문을 채택, 발표했다.

이들은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는 인식 아래 근로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고용을 최대한 유지하고 신규 채용에도 힘쓰겠다”며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한 설비 및 연구·개발 투자에도 주력하겠다”고 다짐했다. 대·중소기업 동반성장과 내수 활성화 방안도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인사말에서 “대내외 경제여건이 조속히 회복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데 정책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커지고 있어 기업들이 공격적인 경영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수출, 투자, 고용 등 본연의 활동을 활발히 수행하지 못한다면 경제가 회복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다른 경제단체 수장들도 기업들이 당면한 어려움만 호소할 것이 아니라 위기 극복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에 공감을 표시했다. 이승철 전경련 전무는 “기업들은 내년에 병원, 테마파크, 호텔, 문화시설 등 4개 부문에만 7조원이 넘는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고용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노사정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병준 산업연구원장은 기조발표를 통해 올해 수출은 5506억달러로 작년보다 0.9% 줄어들겠지만 내년에는 세계경제가 완만하게 회복하고 수출단가 하락세가 진정돼 올해보다 5.8% 증가한 58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임원기/이건호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