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지난 26일 비공개 회동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양측은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두 사람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경쟁했다는 공통점이 있는 만큼 ‘비문(非文)연대’를 염두에 두고 만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안 전 원장 측 핵심 관계자는 30일 “손 고문이 위로차 보자고 연락이 와서 만난 것”이라며 “정권 교체에 대한 공감대를 나눈 정도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두 사람의 회동을 ‘비문 연대’로 보는 시각에 대해 “손 고문이야 (당권을 잡는 데) 안 전 원장의 도움이 ‘필요조건’이겠지만 안 전 원장은 민주당의 유력 인사와 인사한 정도”라며 “확대해석은 곤란하다”고 선을 그었다. 손 고문 측 핵심 관계자도 “정권 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같이 나서야 한다고 말한 것뿐”이라면서도 “손 고문은 경선 과정에서 문 후보에게 앙금이 쌓였는데 안 전 원장은 후보직까지 내려 놓았으니 더 앙금이 깊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했다. 나름의 아픔과 공감대가 있다는 것이다.

안 전 원장은 손 고문과의 회동을 앞두고 오후 4시30분께 대선 캠프 해단식을 연기했다. 손 고문과의 회동 내용을 보고 문 후보 지원 방향을 정하기 위해 해단식을 미룬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안 전 원장은 지난 23일 사퇴회견 직전 본부장 및 실장급 인사들에게 “이게 끝이 아니다. 내년에 재·보궐선거가 있지 않느냐…”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 정치를 계속할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손 고문은 안 전 원장을 만난 뒤 밤 9시께 여의도 M호텔에서 문 후보를 만났다. 문 후보의 선거 지원을 최종 약속하는 자리였다. 손 고문은 안 원장과의 회동내용을 문 후보에게 얘기하지 않았다. 손 고문은 이날 밤 측근들과 향후 정치 행보에 관해 논의했다고 한다.

안 전 원장과 손 고문이 ‘민주당 쇄신’이나 ‘정치혁신’을 고리로 대선 이후 연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손 고문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친노(친노무현) 세력과 갈등을 빚었다. 안 전 원장도 민주당 내 계파정치를 비판해왔다. 두 사람의 주요 지지 기반이 중도층인 것도 비슷하다.

안 전 원장은 신당 창당 등 정치세력화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손 고문 측 관계자는 “손 고문은 대선 이후 당권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손 고문이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안 전 원장과 협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허란 기자 w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