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검사가 수억원을 수뢰한 데 이어 초짜 검사가 여성피의자와 성관계를 가진 성뇌물 사건이 터졌다. 광주에선 검사가 청탁을 받고 편파수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의 3연타석 막장 비리다. 이른바 스폰서 검사, 그랜저 검사, 벤츠 검사 등의 기억까지 되살아난다. 판사라고 다를 것도 없다. 40대 부장판사가 60대 증인에게 늙으면 죽어야 한다는 막말을 내뱉어 대법원장이 대국민사과를 해야 했다. 지방의 한 부장판사는 회식자리에서 여직원을 성추행했고, 현직 판사가 지하철에서 20대 여성을 성추행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법원은 이들을 징계없이 사표만 받았다.

검사는 무수한 비리 추문으로 만신창이이고 판사는 법정의 작은 독재자로 군림하는 게 법조계의 현주소다. 판·검사들이 이런 추한 모습을 보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음습한 고시촌에서 폐인처럼 살다가도 사법시험만 합격하면 평생을 권세부리며 살 수 있는 조선시대식 과거제도 탓이다. 사시 패스는 온갖 권력 놀음의 자격증으로까지 통하고 있다. 퇴임 후에는 전관예우로 부(富)까지 거머쥔다. 자식이 ‘개천의 용’이 되길 학수고대하는 부모들의 콤플렉스도 판·검사들을 특권계급으로 만드는 데 한몫했다. 이런 구조가 용인되는 사회에선 아무리 개혁을 한다 해도 판·검사들의 막장 비리가 끊일 수 없다.

이른바 법조당이 지배하는 국회도 한통속이다. 19대 국회의원 중 법조 출신은 18대(58명)보다 다소 줄었다지만 여전히 42명(14%)에 이른다. 법조인 모시기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민주당이 21명으로 원조 법조당인 새누리당(19명)보다 더 많다. 게다가 국회가 의사봉만 두드리면 법이라는 입법 만능주의가 판친다. 국회가 대량으로 찍어내는 법이라는 게 대부분 특정 집단이나 지역에 특권·특혜를 부여하는 것이거나 개인의 재산권과 행동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들이다. 19대 출범 6개월 동안 제출된 법률안이 무려 2782건이다. 그들은 그렇게 제멋대로 법을 만들고, 그 법으로 잡아가두고, 재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