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창업자인 호암 고(故) 이병철 회장의 25주기 추모식을 앞두고 삼성그룹과 CJ그룹이 또다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오는 19일 경기 용인 선영에서 열리는 이 행사와 관련, CJ가 “삼성이 추모식 참석을 봉쇄하려 한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삼성은 “사실과 다른 황당한 얘기”라고 반박했다.

CJ그룹은 14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 6일 추모식을 주관하는 삼성 호암재단이 올해 가족 행사는 없으며, 다른 그룹은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지만 정문으로는 출입할 수 없고 이병철 회장의 생전 가옥인 선영 내 한옥도 사용할 수 없다고 통보해 왔다”고 주장했다.

CJ는 “삼성에 ‘시간대를 달리해 추모식을 갖겠으니 평소처럼 정문과 한옥을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수차례 정중히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며 “뒷문으로 왔다 가라는 건 사실상 다른 형제와 자손들의 정상적인 선영 참배를 막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금까지 추모식에선 이건희 삼성 회장, 이재현 CJ 회장 등이 함께 참배했고 이병철 회장의 맏며느리인 손복남 CJ 고문이 한옥에서 제수를 준비해왔다고 CJ는 주장했다.

이건희 회장과 삼성 사장단은 19일 오전 10시30분~오후 1시 사이에 선영을 참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현 회장은 이 시간대를 피해 부사장급 이상 임원 50여명과 따로 추모식을 가질 계획이다.

삼성그룹은 이에 대해 “사실과 다른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삼성의 설명에 따르면 올해 추모식은 삼성, CJ, 한솔, 신세계 등 그룹별로 진행하기로 했다. 각 그룹이 따로 제수를 준비할 경우 준비할 장소가 마땅치 않고 번거로운 점을 고려해 선영 관리를 맡고 있는 호암재단이 모두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삼성 관계자는 “CJ가 쓰겠다고 주장하는 한옥은 삼성 에버랜드 소유 재산이며 외빈들을 위한 영빈관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CJ는 올해 한식(4월5일)에도 한옥을 쓰지 않고 직접 마련해 온 제수로 참배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은 뒷문 출입을 강요했다는 CJ 측 주장에 대해 “선영에 정문은 없으며, 선영에서 가장 가까운 진입로를 안내해 준 것”이라며 “삼성 사장단뿐 아니라 한솔, 신세계 등 다른 그룹도 모두 이 통로를 이용해 참배해왔다”고 설명했다.

범 삼성가의 이런 감정싸움은 호암의 장남인 이맹희 전 회장이 동생인 이건희 회장에게 차명으로 보유해 온 선대회장의 주식 중 상속분을 달라며 올 2월 소송을 내며 본격화됐다.

임현우/김현석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