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아이돌' 임태경 "안 마시던 술까지 들이켜며 내면연기 몰입"
“일본에서 공연할 때였어요. 아흔이 넘은 할머니 팬이 저를 보려고 산소호흡기를 달고 오사카에서 도쿄까지 왔다고 하더군요. 감동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뮤지컬 배우 임태경(39)은 요즘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 ‘아이돌’로 통한다. 아줌마 팬들의 밀려드는 사인공세 때문에 밖에서 마음 놓고 식사하기도 힘들 정도. 일본 팬들도 국내 뮤지컬기획사에 하루 수십통씩 전화를 걸어 “어떻게 하면 임태경 씨한테 팬레터와 선물을 보낼 수 있느냐”고 물어온다. 이 정도면 욘사마(배용준) 부럽지 않은 인기다.

크로스오버(퓨전음악) 테너로 데뷔한 지 10년, 뮤지컬 배우로 활동한 지 7년째인 그는 최근 KBS 예능프로그램 ‘불후의 명곡’ 출연 이후 전성기를 맞고 있다. 방송 출연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그가 국내 초연 뮤지컬인 ‘황태자 루돌프’의 주인공 역을 맡아 다시 뮤지컬 팬들과 만난다.

서울 예장동 남산창작센터에서 만난 그는 “인지도가 높아진 것이지 인기가 많아진 건 아니다”면서도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는 모습을 볼 때 그동안 절제하면서 노력했던 것을 보상받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오스트리아 뮤지컬 ‘황태자 루돌프’는 비운의 황태자와 연인의 슬픈 사랑이야기. 오스트리아에서 성공한 이후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얻은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다음달 10일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주인공인 황태자 역에는 임태경 안재욱 박은태가 트리플 캐스팅됐고, 여주인공 마리 베체라 역은 옥주현 김보경 최유하가 맡는다.

“처음엔 주인공이 권총자살을 한다는 결말 때문에 거절했어요. 그러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는 목숨도 버리겠다는 주인공에게 반하게 됐죠. 가슴을 흔드는 뮤지컬 넘버도 매력적이었고요.”

그는 루돌프에 대해 “아버지는 군인 같은 황제로 자기가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막고, 어머니 엘리자벳은 얼굴 보기조차 힘들고, 사랑 없는 정략결혼까지 해야 하는 외로운 인물”이라며 “염세적인 주인공의 내면을 이해하기 위해 작품을 준비할 때는 마시지 않는 술도 마시고 회식자리에 참석하면서 삶에 찌든 모습을 표현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능 재주꾼이다. 지금은 음악에 집중하고 있지만 대학 전공은 생산공학이다. 미국 우스터폴리테크닉대에서 석사학위까지 받았다. 전공을 살려 부친 회사에서 일을 도운 적도 있다.

“아버지가 서울 근교에서 화장품 용기 제조업을 40년 넘게 하고 있어요. 어머니는 부사장이고요. 제 전공이 생산공학이라 도움이 되겠다 싶어 1년 정도 생산단가를 줄이는 등 일을 했는데 중도에 포기했어요. 너무 잘하려다보니 6개월 만에 7㎏이 빠져버리더군요.”

그의 꿈은 끊임없이 대중과 소통하는 음악가이자 배우로 남는 것이다. “대중을 존중하지 않는 예술은 아집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제가 싸이 같은 음악을 하지는 않을 테지만 또 다른 색깔로 대중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그런 음악을 만들려고 애를 쓸 겁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