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이사회가 다시 서남표 총장 해임을 추진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서남표 총장이 17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3월로 사퇴 시기를 미루겠다고 발표한 것에 대해 정면 승부를 예고한 것이다.

18일 KAIST 이사회에 따르면 전날 오후 서 총장 계약해지 안건을 상정해 오는 25일 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이사회에서 가결되면 서 총장은 유예기간을 거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다.

해임의 경우 이사회의 의결과 동시에 사퇴해야 하지만, '계약해지'는 90일의 유예기간을 거쳐야 한다.

이날 이사회에는 계약해지 안건 이외에도 후임 총장 선임 추진안과 서남표 총장이 지난 7월 작성한 사임서 처리에 관한 사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총장을 해임하려면 법적인 하자나 심각한 도덕적 결함 등의 이유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계약해지'라는 대안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서 총장이 직접 사퇴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사회가 계약을 해지하면 KAIST는 배상 책임에 따라 총장 잔여 임기의 연봉인 72만달러(8억원)를 물어줘야 한다.

지난 7월20일 이사회에서도 일주일 앞두고 계약해지 안건을 상정했지만, 이런 부담 때문에 안건 채택을 보류했다.

결국 양측은 서 총장에 대한 계약해지 안건을 처리하지 않고 오명 KAIST 이사장과 서 총장이 협상을 통해 거취 문제를 해결하기로 합의했었다.

비공개 합의문에서 서 총장은 3개월 뒤에 물러나기로 하고, 이사장에게 10월20일자 사임서까지 전달했다.

하지만 서남표 총장 측이 약속을 뒤집고 사퇴를 미루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KAIST의 한 이사는 "서 총장이 7월에 스스로 나간다고 약속한 부분이 있는데 이를 뒤엎은 것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지 않았나 보고 있다"면서 "다음 이사회에서 약속을 어긴 부분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 정권이 끝나기 전에 차기 총장의 인선작업을 마무리 지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서 총장은 "오 이사장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 현 정부 임기 중 후임 총장을 시급히 선임하려고 한다"면서 "정치권에서 총장을 임명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서 총장은 내년 1월 이사회가 총장 후보 선임위원회를 구성하면 후임자 선발 절차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서 총장의 거취를 두고 학내 갈등은 더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j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