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KAIST(한국과학기술원) 총장이 지난 7월 이사회 때 오명 KAIST 이사장에게 3개월 안에 물러나겠다고 약속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스스로 약속을 깨고 내년 3월로 사퇴 결정을 미뤄 논란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서 총장은 17일 오전 서울 서머셋 팰리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남은 총장 임기가 2014년 7월까지이지만 내년 3월 임기를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KAIST 이사회는 7월 임시 이사회에서 서 총장에 대한 계약해지 안건을 처리하지 않고 오명 KAIST 이사장과 서 총장이 협상을 통해 거취 문제를 해결하기로 했다.

오 이사장과 서 총장은 당시 이사회에 앞서 회담을 했지만, 둘 사이 합의내용이 공개되지 않으면서 해석이 분분했다.

서 총장 측은 이날 당초 비공개로 하기로 했던 양측의 합의문을 공개했다.

합의문에는 "총장은 앞으로 3개월 뒤에 사임하기로 하되, 총장의 자율적인 결정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밖에 대학 개혁을 계속하게 해달라는 것과 특허 도용과 명예훼손 문제에 협력하고 학내 비방을 없애겠다는 것, 이사장과 힘을 합쳐 무사안일한 교수사회를 개혁하고 후임 총장을 공동으로 선임한다는 것, 퇴임은 총장의 자율에 맡긴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게다가 합의서와는 별도로 사임하겠다는 내용을 작성해 이사장에게 제출했다.

개인적으로 전달한 것이지만, 10월 20일자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이사회 결과를 두고 이사회 측은 사퇴가 사실상 확정됐으며 하차 절차를 논의하는 것만 남았다고 밝혔지만, 서 총장 측은 '사퇴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결국 서 총장 측이 거짓말을 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KAIST 교수협의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3개월의 유예기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이제 차기 총장 선임에까지 관여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용납할 수 없다"면서 "다음 이사회에 총장 해임 안건을 상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KAIST의 한 관계자는 "합의문은 기본적으로 이사장이 먼저 합의사항을 이행해야 성립되는 조건부 합의인데 다음 이사회에 후임 총장 선임안건을 상정하는 등 먼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j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