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 스타일’이 세계적으로 화제다.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조회 수가 벌써 2억회를 넘어섰고, CNN이나 타임 같은 유력 매체에서도 이를 대대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에서 순위가 급상승하고 있고, 며칠 전에는 NBC 야외무대에 싸이가 직접 출연도 했다니 그 인기가 짐작이 간다. 나도 인터넷에서 보니 그 신나는 정도가 대단하다. 그런데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하는 것은 영어가 아닌 우리말로 된 노래가 국경을 뛰어넘어 세계인을 매료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음악의 변방에서 탄생한 음악이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극복하고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지역기업들과 대비해 보았다.

성장 가능성이 크지만 ‘지역’이라는 한계에 부딪쳐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기업들이 많다. 중소기업은 인력과 자금, 어느 것 하나 넉넉지 못한데 돈과 인재가 수도권으로 몰리다보니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들의 사정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정부는 지역 기업들이 그 지역의 산업 기반을 토대로 기량을 갈고 닦을 수 있도록 2009년 광역경제권(충청권·호남권·대경권·동남권·강원권·제주권 등) 선도사업을 추진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는 광역경제권을 중심으로 산업생태계를 조성해 지역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여 나가기 위해서였다. 지난 3년 동안 700여개 기업들이 앞장서서 연구·개발(R&D)을 추진했고, 대학과 연구기관들은 인재양성, 기술지원, 마케팅 등에 힘을 보탰다.

이런 노력의 결과 호남권의 발광다이오드(LED), 동남권의 해양플랜트 등 광역권별로 대표적인 신성장산업이 서서히 제 모습을 갖춰 나가기 시작했다. 지난 3년간 지역에서 1만9000여명이 질 좋은 일자리를 얻었고 태양전지, 바이오제약 등 미래 유망분야에서 10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59억달러의 수출도 이뤄졌다.

정부는 지역 내 숨겨진 연고자원을 발굴해 이를 ‘특성화’하려는 노력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충남에서는 한산모시를 고급화, 명품화하는 한편 그간 고가품으로만 인식되던 한산모시를 대중화하기 위해 대학과 기업이 손을 잡았다. 수년간의 노력 끝에 한산모시의 기계화에 성공해 기존의 모시옷뿐 아니라 스포츠 의류, 침구, 인테리어 소품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이제 한산모시는 중국, 호주, 남미로까지 뻗어 나가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제주의 조릿대, 경북의 풍기인견, 강원의 오징어 등도 지역 경제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런 지역발전 노력에 대해 세계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난 6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산업정책 및 지역발전: 한국으로부터의 교훈’이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지역산업 육성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짧은 기간 동안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으며 이는 개도국들에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제 우리 지역과 기업은 세계의 관심을 넘어서 글로벌 시장의 선두 자리로 나아가야 한다. 싸이가 남과 다른 자신만의 끼와 열정으로 세계무대에 우뚝 섰듯 지역 기업들도 같은 것을 하겠다고 경쟁하기보다 누구도 가본 적 없는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튼튼한 지역산업 기반, 우수한 지역인재 등의 ‘기본기’를 바탕으로 기업 스스로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창의적 발상과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새로운 길을 향해 힘차게 페달을 밟는 우리 기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이달 24일부터 26일까지 경남 창원에서 지역발전주간 행사가 열린다. 그동안 각 지역이 이뤄낸 성과를 공유하고, 앞으로 펼쳐질 희망찬 미래상을 한눈에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이번 행사가 기업, 정부, 지자체 모두 새로운 도전을 향해 협력을 다짐하고, 청년들에게 지역경제 발전상을 알려 꿈과 희망을 주는 뜻 깊은 장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홍석우 < 지식경제부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