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죄형법정주의 방패 삼은 美 마약범에 유죄

신종마약을 판매하려다 들통났는데도 국내법 규정이 모호하다며 죄를 부인하던 미국인이 끝내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김기정 부장판사)는 신종마약 `AM-2201'을 소지하고 있다가 단속을 피하는 과정에서 경찰관을 차로 친 혐의로 기소된 미국인 C(23)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다만 교통사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감안해 1심 형량인 징역 3년에서는 감형됐다.

이 판결은 상고 없이 최근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피고인 측은 항소심 공판에서 `합성대마(JWH-018)와 그 유사체'를 금지한 옛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시행령 규정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유사체'라는 표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적발된 신종마약 `AM-2201'을 유사체에 해당한다고 보고 피고인을 처벌한 1심 판결이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죄형법정주의는 법률이 없으면 죄도 없고 처벌도 할 수 없다는 형사공판의 대원칙을 말한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향정신성의약품 유사체가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현실에서 이를 규제하기 위해 구체적인 품명을 일일이 열거하는 것은 입법기술상 한계가 있다"며 "시행령이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의 원칙을 위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시행령 규정의 유사체라는 단어도 법관의 보충적 해석이 필요없는 화학용어로 일반인이 그 의미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며 "국민의 예측 가능성이 보장돼 있고 법 집행자의 자의적 집행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효능이나 화학식이 매우 비슷하다는 점을 들어 `AM-2201'을 `JWH-018'의 유사체로 판단했다.

법원 관계자는 "외국에서 들여오는 신종마약이 워낙 많아 처벌이 어려운 와중에 마약 유사체 관련 시행령에 관해 법원이 내놓은 첫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han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