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Moody's)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했지만 외국인의 주식 매수 강도는 커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용등급 상향 조정은 국가의 도산 위험을 나타내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을 떨어뜨리고 외국인 채권투자를 늘리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증시 자금 유입의 경우 추가적인 외생변수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이번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 발표 전에는 외국인 투자자금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유입돼 향후 매수 강도가 꾸준히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배부른 외국인 주식 매수 약화 가능성 커
이달 들어 외국인은 국내 증시 순매수 기조를 이어가면서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고 규모의 순매수를 예고하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7일까지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5조7천21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었던 지난 1월 6조2천14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이 발표되기 이전에 이미 외국인은 국내 증시를 쓸어담은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유럽 재정위기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였던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2일까지 약 한달간의 신흥시장 동향을 살펴봐도 국내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 규모는 압도적으로 많다.

대만과 인도에는 이 기간에 각각 35억5천만 달러, 14억6천만 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유입됐다.

반면에 한국에는 60억4천만 달러가 들어왔다.

주요 신흥시장에서 30% 초반에 불과한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도 한국에서는 34%를 넘어섰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은 여타 신흥시장에 비해 많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불안한 유럽 시장 등 대외 여건을 감안할 때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이 높아질대로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이엠투자증권 이종우 리서치 센터장은 "역사적으로 볼 때 신용등급 상향은 갑자기 이뤄지는 경우는 없었다"면서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외국인의 경우 등급 상향을 예상하고 먼저 국내 증시에 대규모로 들어온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센터장은 "현재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이 30% 중반 수준을 나타내는 것은 적정한 수준이라고 본다"면서 "이번 등급 상향으로 인해 외국인 자금이 급격하게 더 들어올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하나대투증권 조용현 투자전략팀장은 "이번 달에 외국인이 공격적으로 국내증시를 매수한 경향이 뚜렷했다"면서 "너무 급격하게 많이 샀기 때문에 다음 달에도 이러한 기조가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고 평가했다.

조 팀장은 "한국 시장의 경우 외국인 투자비중이 다른 신흥국에 비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신용등급 상향에 따른 증시 자금 추가 유입 가능성도 크지는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 당국 추가 자금 유입 기대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은 중장기적인 호재로 인식되면서 금융당국은 여전히 외국인 추가 자금이 충분히 들어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가 신용등급이 높아지면서 CDS프리미엄이 낮아지는 등 전반적인 투자여건이 좋아지면서 증시로의 자금 유입도 이어질 수 있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국제금융센터 등에 따르면 무디스 등급 상향 직후 뉴욕금융시장에서 2014년 4월 만기도래하는 외평채 가산금리는 전일보다 2bp(1bp=0.01%포인트) 하락한 94bp로 마감됐다.

이는 외평채의 가산금리를 계산하는 데 사용되는 벤치마크가 미국 5년만기 국채금리에서 2년만기 국채금리로 바뀐 지난 201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5년만기 외평채의 CDS프리미엄도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조정 이후 전일보다 3bp 낮은 104bp를 나타냈다.

중국의 GDS 프리미엄이 99bp로 전일과 같은 수준에 머문 반면 외평채 CDS프리미엄은 소폭 하락한 것이다.

한국 채권의 부도위험과 가산금리가 낮아지면 자연스레 채권시장 투자 여건은 좋아져 한국물에 대한 선호로 이어지고 외국인 투자는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른 금융당국은 전방위로 투자가 확대되길 기대하고 있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등급 상향을 계기로 외국인 투자자금은 전체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역사적으로도 등급 상향 이후 외국인 자금은 크게 들어왔던 만큼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반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삼성전자의 소송 결과 등 변수가 있는 만큼 증시에 추가로 들어올 가능성을 유심히 살펴볼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이영재 변명섭 기자 hskang@yna.co.kr ljglory@yna.co.kr msb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