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즉각 항소할 것"
주요 도시서 지지 집회 잇따라 개최

지난 2월 러시아의 대통령 선거 유세 당시 정교회 성당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선 후보를 비난하는 '깜짝' 공연을 벌여 기소된 여성 펑크록 그룹인 '푸시 라이엇' 멤버 3명이 징역 2년형을 선고 받았다.

재판을 관할하는 모스크바 하모브니체스키 법원은 17일(현지시간) 기소된 푸시 라이엇 멤버들에 대한 '종교 증오 조장 및 난동'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고 이타르 타스 통신 등이 보도했다.

검찰은 3년을 구형했었다.

여성 펑크 록 그룹인 푸시 라이엇 멤버인 나제즈다 톨로콘니코바(22), 마리야 알료히나(24), 예카테리나 사무체비치(29) 등 3명은 대통령 선거 유세가 한창이던 지난 2월 복면하고 모스크바 크렘린궁 인근 정교회 사원 제단에 올라가 '성모여, 푸틴을 쫓아내소서'란 노래를 연주했다가 '난동' 혐의로 기소됐다.

하모브니체스키 법원의 마리나 시로바 판사는 "이들이 사회와 종교에 대해 불신을 표현하고 일부 계층에 대한 증오와 적의를 나타냈다는 점에서 '난동' 행위를 범했다"며 "많은 신자들의 이목을 끌고 종교 기관에서 도발적이고 모욕적인 행동을 한 것도 명백하다"고 밝혔다.

시로바 판사는 아울러 "이들이 교회에 들어간 뒤 제단으로 올라가 확성기를 동원해 괴성을 지르는가 하면 저주를 퍼부어 교회내 신도를 모욕했다"고 설명했다.

피고 측 니콜라이 포로조프 변호사는 "형량에 관계없이 항소하겠다"며 "그간 요구했던 재조사를 다시 청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들이 수세기에 걸친 러시아 정교회의 전통을 신성모독적 방식으로 비하했다"며 '종교적 증오에 따른 난폭 행위' 혐의로 정식 기소했으며 공판은 지난 6월말부터 시작됐다.

당시 이들의 공연은 성당 제단에 올라가 '성모여, 푸틴을 쫓아내소서'란 노래와 요란한 춤이 섞인 공연으로 파문이 크게 일었다.

엄숙하기로 유명한 러시아 최대 정교회 사원에서 록 음악을 연주한 것 자체가 신성모독으로 여겨지는 데다 노래 가사가 푸틴 당시 대선 후보(현 대통령)를 비방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러시아내 야권과 문화계 인사들은 푸시 라이엇에 대한 사법적 처벌이 표현의 자유를 탄압하는 정치적 조치라며 비판하고 있다.

외국에서도 펑크 그룹에 대한 지지가 이어졌다.

이날도 법원 주변에는 수백명의 경찰 보안 요원이 배치돼 삼엄한 경계를 펴고 주변 도로의 교통을 통제했다.

이들을 지지하는 집회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열렸다.

선고일 전날인 16일 밤 미국 뉴욕에서는 수백명이 '푸시 라이엇 석방'이라고 쓴 티셔츠를 입고 록 밴드 공연이 주로 열리는 도심 번화가를 줄지어 행진했다.

17일 호주 시드니의 옥스퍼드 거리에서는 푸시 라이엇 멤버들처럼 마스크를 쓴 음악가 10명이 이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공연을 했고 영국 런던과 스페인 바르셀로나 등지에서도 이들을 성원하는 집회가 열렸다.

우크라이나 키에프의 토플리스 활동가들도 3인의 석방을 요구하는 글씨를 가슴에 쓰고 전기톱으로 나무를 베는 장면의 동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앞서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푸시 라이엇 멤버들을 양심수로 인정했다.

아울러 영국가수 스팅, 미국 록밴드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등 유명 서방 아티스트들은 물론 최근 러시아 공연을 가진 마돈나도 이들을 성원한 바 있다.

모스크바에 있는 미국 대사관은 대사관 트위터를 통해 "이들의 행동에 비해 형량이 가혹하다"고 짤막하게 언급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양태삼 특파원 tsy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