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33)와 최영래(30)가 금메달과 은메달을 시원하게 쐈다. 진종오는 5일 오후(한국시간) 영국 런던 그리니치파크의 왕립 포병대 기지 사격장에서 열린 남자 50m 권총 결선에서 100점을 쏴 본선 점수 562점과 합계 662점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결선 10발 중 9발까지 후배 최영래에 1.6점 차로 뒤지다 마지막 한 발에서 역전해 따낸 금메달이라 감격도 컸다. 진종오는 “오늘 경기가 정말 안 풀렸지만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며 끈기를 역전승의 요인으로 짚었다.

최영래는 661.5(569+92.5)점으로 은메달을 땄고, 동메달은 658.6(566+92.6)점을 쏜 왕즈웨이(중국)에게 돌아갔다. 당초 최영래는 상위 8명이 겨루는 결승에 1위로 진출, 유력한 우승후보로 점쳐졌다. 그러나 첫 올림픽 결선 무대라 긴장한 탓인지 첫발을 8.8점, 두 번째는 9.8점을 쏘며 불안하게 출발했다. 반면 진종오는 10.2점, 9.5점으로 안정된 점수를 쐈다.

세 번째 발부터 최영래가 10.5점을 쏘고 진종오는 9.8점에 머물면서 최영래가 줄곧 선두를 유지했다. 하지만 최영래가 다섯 발째에 7.4점을 쏘면서 점수 차가 줄어들었고, 이를 놓칠세라 진종오가 다섯 발째부터 연속으로 10.6점을 쏘며 무서운 속도로 따라붙었다.

마지막 한 발을 남기고 1위 최영래와 2위 진종오의 점수 차는 1.6점. 행운의 여신은 진종오의 손을 들어줬다. 진종오는 마지막 한 발을 10.2점을 쐈고, 최영래는 8.1점을 쏘며 금메달은 진종오의 품에 안겼다.

경기가 끝난 후 진종오는 “마지막 발을 쏘고 순위가 결정나자마자 영래에게 가서 미안하다고 했다”며 “내가 2004년 아테네 때 이렇게 역전을 허용해 은메달을 땄기 때문에 그 기분을 누구보다 잘 안다”며 최영래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진종오는 ‘최초’의 선수로 유명하다. 2008년 베이징대회 때는 50m 권총 금메달과 10m 공기권총 은메달로 한국 사격에 16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고, 한 대회에서 복수의 메달을 따낸 한국 사수도 그가 유일하다. 또 진종오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한국 사격 사상 최초로 올림픽 2관왕을 달성했고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하계올림픽 개인종목 2연패를 거머쥐게 됐다.

레슬링의 심권호가 1996년 애틀랜타대회, 2000년 시드니대회에서 2회 연속 금메달을 땄지만 체급이 달라 같은 세부 종목에서 2연패를 한 선수는 진종오가 처음이다.

동계올림픽에서는 김기훈이 1992년 알베르빌과 1994년 릴레함메르대회 쇼트트랙 1000m에서 2연패를 기록한 바 있다. 진종오는 동시에 3개 대회 연속으로 올림픽에 나서 모두 메달을 딴 역대 두 번째 선수가 됐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