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올림픽인데 메달 색을 바꿔서 자존심 세워야죠."(오상은) "내가 잘해야 후배들이 따라오죠."(김경아)
어디서나 '맏이'는 가장 어깨가 무겁지만 그만큼 '존재감'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2004 아테네 올림픽 이후 8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탁구 대표팀의 '맏형' 오상은(35·KDB대우증권)과 '맏언니' 김경아(35·대한항공)도 마찬가지다.

두 선수는 똑같이 1977년생이다.

한국 나이로는 서른여섯, 보통 운동선수로서 전성기는 지났을법한 나이지만 이들은 아니다.

최근 수년간 한국 탁구가 중국에 밀릴 때마다 화두로 떠올랐던 '세대교체론'의 표적이 되고 후배들의 거센 도전을 받으면서도 실력과 자존심으로 꾸준히 정상급 실력을 유지해왔다.

한국 수비탁구를 대표하는 김경아는 공격적인 부분을 보완하면서 최근 물오른 기량을 펼치고 있다.

올해 치른 국제탁구연맹(ITTF) 투어대회에서는 스페인오픈, 칠레오픈, 브라질 오픈 등 세 차례나 단식 우승을 차지했고 올림픽에서도 단식 3번 시드를 확보해 메달 가능성을 높였다.

오상은 역시 올해 브라질오픈 단식 우승, 일본오픈 단·복식 준우승 등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말 경기중 '태업'으로 전 소속팀 인삼공사에서 방출되고 새 팀을 찾는 등 굴곡을 겪었지만 올림픽만 바라보고 이를 악물었다.

이제 선수 인생에서 마지막 올림픽을 준비하는 이들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14일 부산에서 열린 대표팀 실전 연습경기에서 후배 서현덕(삼성생명)을 꺾은 오상은은 "오랜만의 실전이라 많이 긴장했다.

올림픽이 가까워졌다는 게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오상은은 이번이 네 번째 올림픽 출전이지만 매번 떨리고 새롭다고 한다.

맏형인 만큼 책임감도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그는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데도 '세대교체' 이야기가 나올 때는 솔직히 자존심이 상하기도 했다"며 "마지막 올림픽인 만큼 후배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주고 물러나고 싶다.

이전까지 동메달만 땄는데 꼭 메달 색을 바꿔 자존심을 세워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이상수(삼성생명)에게 0-3으로 진 김경아는 "요즘 내 컨디션이 너무 좋아 감독님이 좀 브레이크를 건 것 같다"고 웃으면서도 "상대 드라이브가 강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았다"며 '연습할 거리'에 집중했다.

세 번째로 올림픽에 나서는 그는 "주위에서 메달을 당연히 따올 걸로 생각하는 게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그런 거 신경 쓸 나이는 지났다"며 "남은 기간 지금처럼만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여유와 자신감을 보였다.

여자 탁구팀의 맏언니로 한국 여자선수단 주장까지 맡은 데에는 "내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이면 후배들도 따라올 것이다.

마지막 올림픽을 후회없이 치르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부산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