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위기가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에 이어 이번에는 스페인의 유로존 퇴출을 뜻하는 ‘스펙시트’ 공포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스페인 정부가 유럽중앙은행(ECB)의 간접 지원을 이용해 4위 시중은행인 방키아에 구제금융을 투입하려던 계획이 ECB의 거절로 틀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어제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또 한 차례 출렁거렸다.

방키아는 스페인판 저축은행 사태의 산물이다. 2000년대 초반 스페인 저축은행들은 부동산 호황을 타고 주택담보대출을 남발했다가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급속히 부실화됐다. 스페인 정부는 2010년 45개 저축은행을 14개로 통폐합하는 구조조정을 실시했고 그 과정에서 생겨난 대형 은행이 방키아다. 하지만 통폐합 후에도 대출의 절반가량이 부실화되는 등 방키아는 스페인 금융 안정을 저해하는 가장 큰 위험요소로 지목돼왔다. 뱅크런 설까지 나오는 방키아를 살리려는 스페인 정부의 노력이 무산됐고 이것이 스펙시트 공포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스페인 사태를 보고 있자면 현재 유럽 각국이 겪고 있는 위기는 모두 공통의 뿌리를 갖고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바로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거품이다. 문제는 최근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경우 거품을 터뜨리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를 향한 허망한 노력을 국가적 차원에서 계속해 왔다는 것이다. 나라 경제의 장래보다는 당장 국민의 인기에만 집착하는 무책임한 정치인들이 유럽 위기를 자초했다는 얘기다.

부실은행을 껴안고 가려는 스페인이나 국가가 거덜날 판인데도 긴축에 결사 반대하는 그리스가 그렇고 복지지출이 국내총생산(GDP)의 25%에 육박하는 이탈리아도 마찬가지다. 긴축보다는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며 한낱 말장난을 국가 정책으로 둔갑시키고 있는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주장도 다를 바 없다. 그가 말하는 성장이란 돈을 풀어 거품을 연장하고 인플레를 조장하자는 얘기에 불과하다.

모두 다 거품은 그대로 둔 채 잠시의 고통을 잊게 만드는 마약을 치료약이라고 우기는 꼴이다. 하지만 거품은 모른체 한다고 그만이 아니라 언젠가는 터지게 돼있다. 그리고 때가 늦으면 결과는 더욱 참담할 수밖에 없다. 지금 유럽은 ‘거품이여 영원하기를!’ 바라는 사람들로 넘쳐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