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올 상반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인도 진출을 현지 소매업 규제와 사업성 미비를 이유로 연기했다. 또 올 들어 중국에서 점포 수를 1개 늘리는 데 그쳤고, 베트남에서는 인·허가 벽에 부딪쳐 신규 출점을 못하는 등 최근 3년간 가파르게 팽창했던 해외사업에 급제동이 걸리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지난해 초 인도 뭄바이에 시장 조사와 개점 준비를 위해 설치한 사무소를 최근 잠정 폐쇄하고, 주재원을 전원 철수시켰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마트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인도 진출을 현지 시장성과 사업성을 검토한 결과 여의치 않다고 판단해 사실상 포기하기로 내부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분간 점포를 열기가 쉽지 않아 일단 주재원들을 업무효율성 차원에서 인도네시아로 이동·발령냈다”며 “인도 정부가 올초 유통시장 개방을 위해 추진했던 소매업법 개정이 무산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물류 등 사업 인프라가 아직 성숙되지 못한 것도 한 요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중국과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이어 인도를 주요 공략지역으로 삼은 롯데마트의 해외 진출전략에 대폭적인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은 지난해 8월 중국 창춘시에서 열린 ‘글로벌 200호점 출점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중국·인도네시아·인도·베트남 등 4개국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 2분기(4~6월) 뭄바이에 1호점을 열고, 2018년까지 인도에서 70개 점포를 운영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인도 진출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며 “지난해 11월 설립한 현지법인도 인원은 철수했지만 계속 존속시키며 시장 변화를 주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5개 점포를 새로 열었던 중국에서도 올 들어선 출점 속도가 뚝 떨어졌다. 지난 1월과 3월 상하이와 산둥성에 1개씩 열었으나 2009년 인수한 타임스 점포 중 한 곳을 닫아 점포 수는 95개로 한 곳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인·허가가 늦어져 출점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지난해 4개점을 열었지만 올 들어선 한 곳도 내지 못했다. 롯데마트의 첫 해외 진출국인 베트남에선 2010년 7월 2호점을 낸 이후 까다로운 정부 규제로 인해 출점을 멈춘 상태다.

롯데마트는 국내 대형마트 시장이 포화상태인 데다 각종 규제로 신규 출점이 어려워지자 미래 성장동력을 해외시장에서 찾고 있다. 2018년까지 해외에 700개 점포망을 구축, 25조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계획을 세워놓았다. 이마트가 수익성 악화로 중국에서 점포 매각 등 구조조정 작업을 벌인 것과 달리 롯데마트는 중국에서만 20여개 점포를 새로 열고 2018년까지 점포 수를 500개까지 늘리는 목표를 세우는 등 ‘다(多)점포’에 승부를 걸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잇단 악재 돌출로 최근 해외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지만 공격적인 외형 확장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며 “현지 유통업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