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씨는 서른다섯 살의 중학교 교사다. 선생 월급이 뻔한 탓에 저축이고, 노후 설계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대학원에도 다니던 그는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부동산 과목을 집중해 들었다.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1000만원 정도의 작은 경매 물건을 골라 투자했다. 운이 나빴는지 10번 넘게 입찰에 참여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14번째 도전에서 빛을 봤다. 법원감정가 1700만원짜리 공유지분이 있는 논 119㎡를 6차 입찰에서 580만원에 낙찰받았다. 용도지역은 계획관리지역으로 중개업자의 말로는 아파트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한 곳이다. 다행히 매각이 종결될 때까지 공유자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소유권을 이전하고 5개월 만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1㎡당 120만원에 수용한다는 통지를 받았다. 꼭 다섯 달 만에 투자금 580만원을 1억4280만원으로 24배나 불린 것이다.

H씨 같은 전설적인 부동산 경매 투자 성공사례들이 많다. 부동산 경매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부동산 경매는 왠지 어려워 보인다.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가는 큰코 다칠 것만 같다. 경매에 관련된 법에는 까막눈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투자금 규모도 만만찮아 꺼리게 된다. 권리관계 등 따져야 할 것도 여간 많은 게 아니다.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역 지점장이 부동산 경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특강 격인 책을 펴냈다. 《경매부자들》이다. 저자는 우리나라 금융기관에서는 처음으로 ‘프라이빗 뱅커 겸 부동산 전문가 1호’로 활동해온 재테크 전문가. 1995년 경매투자를 시작해 2000건이 넘는 경매 경험을 쌓은 ‘경매의 달인’이기도 하다.

책에는 저자 자신이 도와 경매 부자가 된 사람들의 사례 중 진수만 뽑아 실었다. 주말마다 땅을 보러 다니는 집념으로 은퇴 후 생활할 전원주택을 마련한 한 베이비부머의 성공기, 남들이 기피하는 허름한 건물을 매수해 매달 600만원씩 평생월급을 받는 역발상 투자의 귀재, 2200만원에 낙찰받은 과수원을 일궈 연간 2억5000만원의 수익을 올리는 부자 농사꾼 등 사례가 생생하다.

이처럼 저자는 경매 투자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 사항들을 알려주고,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이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사례와 함께 투자 비법도 풀어놓는다. 다가구주택의 경우 전세보증금을 부담해야 하는 ‘독이 되는 세입자’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하며, 낡은 원룸 건물이라도 리모델링을 하면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유치권이 설정된 상가 건물도 무조건 기피할 것은 아니라는 식이다.

저자는 “경매부자들은 넉넉한 여유자금을 갖고 시작한 것도, 권리분석에 능통하거나 법을 잘 아는 사람들도 아니었다”며 “반드시 부자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