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루피화 가치 하락과 투자 감소, 물가 상승, 재정적자 확대 등 경제 전반에 심각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는 30일 중국에 이어 인도 경제마저 악화되면서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처럼 비(非) 서방권을 대표하는 이들 신흥국이 세계 경제를 회생시킬 것이란 기대가 점차 물건너가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유럽은 재정위기가 계속되면서 유로존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미국은 여전히 높은 실업률에 허덕인다. 중국 역시 부동산 경기 침체와 수출 둔화 등으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신흥국인 브라질 등의 경제도 추락하면서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한 비관론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인도는 글로벌 경제가 다시 한번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상황에서 자체적인 경제난을 맞았다.

인도의 기업인과 외국인 투자자, 시장 분석가들은 정부의 무능으로 인해 인도의 잠재력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포퓰리즘에 매몰된 정치인들과 우유부단한 정부, 정책당국의 권위를 갉아 먹는 만연한 부정부패 등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목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인도 특유의 관료주의 때문에 현지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꺼린다. 인도 기업인들도 인허가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도 너무 오래 걸린다는 점 때문에 자국 대신 해외 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실례로 2010년 300억 달러에 달했던 인도 주식과 채권에 대한 외국인 투자액이 지난해 160억 달러로 급감했다. 투자자들이 더 이상 인도를 매력적인 시장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외국인의 인도에 대한 실망은 최근 다시 한번 심화됐다. 인도 재무부가 급격히 증가하는 재정적자를 타개하려고 현지에서 사업하는 외국인 기업에 대한 세금을 대폭 늘리는 무리수를 뒀기 때문.

뉴델리 소재 싱크탱크인 정책연구센터의 프라탑 바누 메타 소장은 "신뢰의 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며 "규제당국과 세금정책에 대한 믿음을 찾아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도 집권연정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인도 집권연정은 최근 출범 3주년을 자축했지만 분위기가 그리 밝지 못했다.

인도의 단기 성장이 주춤하고 있지만 성장세가 아예 중단된 것은 아니다. 일부 전문가는 청년인구가 가장 두터운 국가라는 점을 들어 인도의 장기 전망이 여전히 괜찮다고 말한다.

올해 인도는 예년보다는 못하지만 6∼7%의 경제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인도 정부 당국자들이 예상한 9% 이상의 경제성장에 비해 많이 낮아진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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