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 30일 오후 9시 50분 보도

KB금융지주와 대한생명이 ING생명 아시아·태평양 사업부 예비입찰에서 쇼트리스트(적격 예비후보)로 선정됐다.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ING생명 아·태 사업부 매각 주관을 맡고 있는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최근 ING생명 예비입찰서류를 제출한 15여곳 가운데 동남아시아 법인에 대한생명을, 한국 법인에 KB금융을 각각 쇼트리스트에 포함시켰다.

ING그룹은 아·태 사업부 일괄매각보다는 ING생명 한국-일본-동남아법인 등 3개 패키지로 나눠 분리 매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미국의 메트라이프와 캐나다의 매뉴라이프가 아시아 사업부 전체에 대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지만 희망 인수 가격이 낮았기 때문이다. 매각주관사는 향후 쇼트리스트에 선정된 회사에 예비실사 기회를 준 뒤 최종입찰을 거쳐 7월 중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둔 ING그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받았던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중국, 인도 등을 제외한 아·태 사업부와 자산운용사업부를 분리 매각 중이다.

ING생명 한국 법인 입찰에는 AIA 등 글로벌 보험사들도 쇼트리스트에 포함됐다. 가장 경쟁이 치열했던 패키지는 말레이시아, 태국, 홍콩 등 3개 법인이 포함된 동남아 법인이다. 대한생명 외에도 아시아권 최대 갑부인 홍콩 리카싱(李嘉誠·84)의 차남 리처드 리(李澤楷·45)가 쇼트리스트에 포함됐다. 리카싱은 올해 미국의 경제 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9위의 부자로 리처드 리는 현재 홍콩 최대 통신회사인 PCCW의 회장이다. 예비입찰자만 7~8군데에 달했던 ING생명 동남아 법인에는 막판에 리처드 리가 높은 가격을 써내면서 판도에 변화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본의 2위 생명보험사 다이이치생명과 일부 해외사모투자펀드들은 쇼트리스트 선정과정에서 떨어졌다.

ING생명의 일본 법인은 인수 희망자가 적었지만 대부분 쇼트리스트에 포함됐다.

시장에선 매각주관사인 JP모건과 골드만삭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위기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자 이번 매각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최대한 많은 대상을 쇼트리스트에 포함시켰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본 법인은 성장성이 낮고 변액연금 자산 손실 우려가 커 상대적으로 인수매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IB업계에 따르면 ING생명 아·태 사업부 예상 매각가격은 8조원 안팎, 한국법인 가격은 3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대규/좌동욱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