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민항 여객기의 미주 취항 역사가 40년을 맞았다.

대한항공은 1972년 4월19일 오후 5시19분 서울-LA 노선에 첫 날개를 편 이후 40년을 맞았다고 20일 밝혔다. 이와관련 19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LA 국제공항에서 미주 여객 노선취항 4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날 낮 12시45분 LA를 출발해 인천으로 향하는 KE018편 탑승객을 대상으로 개최된 행사는 이진걸 대한항공 미주지역본부장 및 LA 지역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4월 19일 오전 11시 인천발 LA행 KE001편은 대한항공의 미주 여객 취항 40주년이 되는 항공편이다.

세련의 대명사 스튜어디스, 40년 전에도 과연?
40년 동안 대한항공의 미주 노선은 비약적인 성장을 해왔다. 미주 취항 도시는 당시 하와이, LA 2개에서 현재 미국 10개, 캐나다 2개, 브라질 1개 등 총 13개 도시로 확대됐다. 대한항공의 미주 노선 연간 수송 인원은 지난 1972년 4만3814명에서 2011년에는 285만1166명으로 65배 증가했다.

첫 미주 노선은 171석 규모의 B707 항공기로 주 2편 서울-도쿄-하와이를 거쳐 LA까지 운항했다. 총 비행시간은 17시간에 달할 정도로 긴 여정이었다. 40년이 지난 오늘 대한항공은 미주 노선에 A380 차세대 항공기를 비롯해 B747-400, A330, B777 등 신형 중장거리용 항공기를 투입해 주 106편을 운항할 정도로 성장했다. 항공편 공급석은 40년전 주당 684석에서 6만2327석으로 91배 늘어났다. 운항 시간은 17시간에서 11시간 정도 (인천-LA 기준)로 줄어드는 등 승객 편의도 향상됐다.

대한항공이 40년 전 태평양 횡단 첫 여객기 취항에서 KE002편 탑승구가 열리면서 이역만리 동포들에게 처음 모습을 나타낸 것은 대한항공 객실승무원이다.

진한 감색 색상에 금단추로 장식한 재킷. 감색의 주름 없는 A라인 스커트와 모자를 쓴 대한항공 승무원들은 미국 동포들에게는 고향에서 온 누이, 동생과도 같은 친근한 존재였다. 한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상징하면서 세계적인 패션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 다름 아닌 항공사 승무원 유니폼이다. 대한항공은 1969년 창립부터 현재까지 모두 11번 객실승무원 유니폼을 바꾸며 시대의 유행에 발맞춰왔다. 미주 여객 노선 취항 시기인 1972년 4월 19일부터는 9번의 유니폼 교체가 이뤄졌다.

세련의 대명사 스튜어디스, 40년 전에도 과연?
LA에 대한항공 대표 얼굴로 첫 선을 보인 감색 유니폼에서부터 세계적인 디자이너인 지앙프랑코 페레가 디자인한 현재 유니폼까지 9번의 유니폼은 지난 40년 동안 태평양 상공을 비행하며 한·미간 경제, 문화 교류의 전령사 역할을 톡톡히 담당해오고 있다.

대한항공이 미주 여객노선이 취항했던 시기에 착용했던 유니폼은 진한 감색 색상에 3개의 금단추로 장식한 재킷과 같은 색의 주름 없는 A라인 스커트, 모자가 착용됐다. 블라우스는 하이 목라인과 라운드 목라인의 두 종류로 흰색 블라우스가 사용됐다. 1972년 4월 19일 서울을 출발, 도쿄, 호놀룰루를 거쳐 대한항공이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은 이 유니폼은 태극기를 흔들며 맞이하는 수천 명의 LA 동포들을 눈물 바다로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70년대 초반 LA 교민들에게 대한항공 항공기와 함께 모국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이역만리 떨어진 고향의 소식을 전해주는 특별한 전령사 역할을 했다. LA 동포들에게 “당장 대한항공을 타고 고향으로 가고 싶다”는 동경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에는 “칼(KAL) 타고 왔수다”라는 유행어가 만들어 내기도 했다.

1973년 1월에서 1974년 4월까지 대한항공의 유니폼은 산뜻하고 화사한 느낌의 보다 멋스러운 유니폼으로 재 탄생했다. 이 유니폼은 당시 가장 큰 항공기로 ‘점보’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보잉사의 B747 기종이 우리나라 하늘에 선을 보였던 시기의 유니폼이다. B747 기종의 항공기를 처음 타고 태평양을 횡단했다. 유니폼 색상은 두 종류로 하늘색과 연노랑색 미니 원피스와 같은 색상의 재킷, 모자가 채택됐다. 곡선을 살린 모자는 부드러운 느낌을 주었으며, 전체적으로 유니폼은 여성적이면서도 단정하게 디자인됐다.

미주 노선에 이어 1975년 3월14일 파리 취항으로 유럽으로 첫 비행을 시작했던 무렵, 군청색 모직 자켓과 같은 색상에 1개의 맛주름이 들어간 스커트가 채택됐다. 당시 대한항공 로고에 사용되었던 붉은색 고니 무늬에 흰색 블라우스를 착용했도 흰색, 빨강, 연두, 감색의 혼합무늬로 된 스카프를 착용하여 단순함을 보완했다.

현재 매월 발행되는 대한항공 기내지 모닝캄이 계간지로 처음 창간됐던 1974년. 깔끔하고 단정한 분위기를 내며 100% 나일론 재질의 감색 재킷과, 동일한 색상의 스커트, 모자를 선보였다. 단조로움을 줄이기 위해 레이온 소재의 흰 블라우스에 대한항공 로고가 들어간 스카프로 포인트를 주었다. 승무원의 활동성을 고려해 반소매 블라우스와 무릎 길이의 맞주름 스커트로 편안함을 강조했고, H형 실루엣을 보여주었다.

1978년 1월~1980년 3월. 서울-뉴욕 여객 노선이 취항한 시기의 유니폼이다. 이 유니폼이 사용됐던 시기에 서울-바레인-제다, 서울-쿠웨이트, 서울-아부다비 노선 취항 등 중동 시장 노선 개척과 확장이 본격화됐다. 감색 재킷과 스커트로 보수적인 스타일을 유지했으나 빨강색과 감색 색상의 물결무늬 블라우스를 사용해 ‘대한항공 유니폼에 획기적인 새로운 변화가 일어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세련의 대명사 스튜어디스, 40년 전에도 과연?
1980년대 대한항공은 적극적인 신규 노선 취항과 더불어 미래 항공시장 동향을 내다보며 해외투자를 본격화 한 시기다. 이 유니폼이 사용되던 때 대한항공은 LA 및 뉴욕 JFK 공항에 각각 화물터미널을 개설했다. 서울-뉴욕간 직항노선 개설이 이뤄졌다. 이 시기는 기존 고니 형태에서 국적기의 이미지인 현재의 태극 응용 문양의 로고가 탄생한 때로, 유니폼에도 빨간색과 파란색, 흰색이 주요 색으로 자리잡았다.

86아시안게임, 88 서울올림픽과 여행자유화로 세계화가 화두로 떠오르던 당시의 유니폼은 외국 디자이너인 미국의 ‘조이스 딕슨’에게 디자인을 맡겨 제작했다. 유니폼 자켓은 개버딘 소재의 빨강색이며, 연미복 스타일의 붉은색 자켓이 항공사 여승무원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7부 소매와 지퍼 스타일의 원피스로 활동량이 많은 승무원들에게 기능적인 면에서 적합했다. 원피스의 흰 칼라가 기존에 사용되던 스카프보다 단정하게 보이는 디자인이었다. 단청무늬를 벨트에 적용해 전통 이미지를 유니폼에 적용했다.

1991년 1월부터 2005년 2월까지 14년 넘게 사용된 최장수 유니폼은 디자이너 김동순의 작품이다. 진한 감색의 자켓, 스커트, 조끼에 깨끗하고 여성스런 이미지가 강조된 흰색의 블라우스를 받쳐 입는 스타일이었다. 빨강, 감색, 흰색의 대한항공 로고가 프린트된 커다란 리본 모양의 스카프는 외국인들에게도 호감을 주어 대한항공을 상징하는 아이템으로 평가 받아왔다. 이 유니폼은 3명의 디자이너가 9가지 유형을 제작한 후 전체 여승무원의 공청회를 거쳐 선정됐다. 버튼, 명찰 등의 부착물에 금색을 사용해 보다 고급스런 분위기를 연출했다.

세련의 대명사 스튜어디스, 40년 전에도 과연?
현재 선보이고 있는 유니폼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자인과 서비스 제공’을 모토로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세계적 디자이너인 지앙프랑코 페레에게 디자인을 의뢰해 만들어낸 작품이다. 지앙프랑코 페레는 아르마니, 베르사체와 함께 이탈리아 3대 패션 디자이너다.

한국의 우아한 미를 살리면서도 세련된 감각이 돋보인다. 우수한 소재나 색감, 디자인과 기능성 뿐만 아니라 스카프, 헤어 리본 등 액세서리 등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벽함을 더해 가히 유니폼의 ‘명품’으로 불려지고 있다. 우리 고유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패션 감각과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우아하고 세련되면서도 편안하며, 인체공학적인 디자인과 신축성 있는 소재를 이용한 기능성을 강조했다.

기존 스커트와 함께 국내 최초로 바지 정장을 도입했으며, 청자색과 베이지색을 기본 색상으로 우아하면서도 밝고 부드러운 느낌을 줬다. 청자색은 청명한 가을 하늘, 한복과 청자에서 착안해 한국의 이미지와 잘 맞는 색으로서 유니폼에 활용되었으며, 한국 고유의 비녀를 연상시키는 헤어 엑세서리와 비상하는 느낌의 스카프 등 소품까지 활용된다. 편안함과 실용성을 위해 고탄성 모직, 면직 등의 천연 소재와 함께 최첨단 소재도 활용됐다. 셔츠에는 포플린을, 트렌치코트에는 개버딘을, 셔츠깃에는 피케를, 스카프에는 오간자 실크를 채택했다.

한경닷컴 김하나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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