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치집 찾기가 힘들어졌다. 동원·사조 간판을 단 참치전문점이 1990년대 말까지 500개를 넘었지만 지금은 고작 150여개에 불과하다. 동원·사조 참치점의 쇠퇴를 틈타 생겨난 저가형 참치전문점의 대표주자인 독도참치 가맹점도 한때 200개를 넘어섰다가 가맹본부의 관리 부실로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동원산업과 사조산업이 양분한 고가형 참치점은 내수 소비 경기의 호·불황과 정비례하는 특성을 띠고 있다. 고기값이 비싼 눈다랑어와 황다랑어를 취급하기 때문이다. 참치는 크게 4종류로 나뉘는데, 종류별로 가격차가 크다. 최고급 어종인 참다랑어는 일본 최대 참치 매매시장인 도쿄 스키치 시장에서 ㎏당 3000~6000엔에 거래되고 있다.

다음 단계인 눈다랑어는 ㎏당 850엔, 황다랑어는 700엔 정도다. 저급 어종인 새치는 400엔에 그친다. 참치가공회사인 (주)정필의 고완수 상무는 “일본 근해에서 잡히는 참다랑어 자연산과 지중해 연안에서 양식하는 참다랑어는 전량 일본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중반 1인당 5만원씩 받았던 동원·사조 참치 횟집은 당시 자영업주들의 로망이었다. 강창랑 사조산업 기획팀장은 “매출 대비 순이익률이 50%에 육박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가맹점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현금을 들고 본사에 찾아와 장사진을 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 전성기를 누리던 참치점은 1997년 말 외환위기가 터진 이후 급속히 쇠락하기 시작했다.

이 틈을 비집고 등장한 게 새치를 메인 메뉴로 하는 저가형 참치점. 2000년대 들어 독도참치, 이어도참치 등 10여개의 군소 브랜드들이 생겨났다. 저가형은 1인당 2만원 이하 가격대에 ‘무한리필’이 특징이다. 김해선 동원산업 유통팀장은 “무한리필을 하다보니 매출 대비 이익률이 15%를 넘기기 힘든 구조여서 점포 운영이 어려운 데다 소비자들도 새치 맛에 불만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고 상무는 “엄밀히 말해 황새치·흑새치·청새치 등 새치류는 참치류라고 말하기 곤란하지만 이런 사실을 아는 소비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가 참치전문점은 참치의 대중화에는 기여했으나 무한리필이란 영업방식으로 수익성을 악화시켰다. 가맹점이 늘어날 수 있는 여지를 막은 셈이다. 1만8000원으로 출발했던 저가형 참치점들의 1인당 가격도 2만2000~2만5000원 선으로 높아졌다. 여기에 가맹본부들의 경영 부실까지 겹치면서 가맹점 수가 줄어드는 추세다.

저가형 참치점들의 퇴조와 맞물려 동원·사조는 올 들어 가맹점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김 팀장은 “경기 상황을 감안해 2만~2만5000원짜리 실속형 참치회를 개발해 전 가맹점에 보급할 방침”이라며 “다랑어를 영하 40도 이하 초저온으로 급속 냉동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200억원을 투자한 것도 참치회 대중화를 위한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강 팀장도 “대구 연어 오징어 등 다양한 어종을 함께 취급하는 프랜차이즈 시스템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하반기에 새로운 컨셉트의 가맹점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