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불법선거사범 벌써 두 배 늘었다
#1 A씨 등 7명은 이달 초 한 총선 예비후보자 홍보동영상을 찍어 스마트폰으로 유권자들에게 전송했다. 상대방이 호감을 보이면 전화를 걸어 “후보자를 잘 봐달라”며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가 불구속기소됐다.

#2 군산의 B씨 등 4명은 친척과 회사동료인 모 예비후보자를 위해 상대후보자에게 불리한 기사에 비방하는 문구를 추가한 불법선전물 3700장을 배포했다가 구속됐다.

4·11 총선을 앞두고 불법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18일 대검찰청 공안부에 따르면 이날 현재까지 총선과 관련해 입건된 선거사범은 495명, 이 중 19명이 구속됐다. 4년 전 18대 총선 같은 때보다 입건(229명)은 116%, 구속(3명)은 500% 급증했다. 대법원이 최근 허위사실 유포 등 선거사범에 대해 양형기준을 대폭 올려 징역형 등 당선무효형을 검토 중이라고 엄포를 놓았지만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는 양상이다. 정치권의 공명, 공정선거 다짐도 간곳없다. 대검은 이에 따라 “선거전담반이 24시간 비상근무하는 3단계 비상근무를 10일 앞당겨 19일부터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불법선거운동, ‘돈’에서 ‘말’로

적발된 선거사범을 유형별로 보면 금품선거사범 200명, 흑색선전사범 105명, 불법선전사범 28명, 폭력선거사범 10명 등이다. 특히 흑색선전사범의 경우 18대(23명)에 비해 357%나 늘었다. 대검 관계자는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인터넷 사전선거운동이 허용되면서 최근 불법선거운동의 중심이 ‘돈’에서 ‘말’로 이동하는 현상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는 작년 12월29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한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려 길을 열어준 측면도 있다.

선거사범이 급증한 데는 고소·고발이 늘어난 이유도 있다. 입건된 전체 선거사범 중 사법당국이 자체인지한 인원은 110명인 데 비해 고소·고발은 3배가 넘는 385명이다. 18대 때는 고소·고발 174명이었다. 각 후보자들이 서로 상대방 측의 불법을 앞다퉈 신고했다는 얘기다. 이번 총선에서 여야는 모두 ‘물갈이’ 공천을 내세웠다. 이로 인해 예비후보자 상호 간 치열한 공천경쟁이 상대 후보자를 낙마시키기 위한 고소·고발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악의적 허위사실 유포는 즉시 구속수사

검찰은 금품선거사범의 경우 유권자 매표행위는 물론 공천·당내경선·후보단일화 과정에서 금품수수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자금출처 및 배후조종자에 대해서도 끝까지 추적해 엄단키로 했다. 허위사실을 악의적으로 날조·유포한 흑색선전사범은 선거 결과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경우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즉시 구속수사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유권자 매수 등 금품선거사범, 낙선을 목적으로 한 허위사실 공표 등은 선거 결과를 왜곡한다”며 “당선무효형 선고 가능성이 높아 재선거 부담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선거운동기간 중이더라도 체포영장, 압수수색 등 모든 수사방법을 동원해 엄단하겠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