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전자책 단말기 '불티'
10만원 미만의 저가형 전자책 단말기가 불티나게 팔리면서 전자책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한 달 새 전자책 단말기 판매량이 지난 6년간 판매량의 30%에 달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다.

지난달 17일 아이리버와 교보문고가 손을 잡고 출시한 전자책 단말기 ‘스토리K’는 출시 한 달 만에 1만대 가까이 팔렸다. 아이리버는 19일 “출시 한 달째인 17일 현재 판매량은 총 9500대가량으로 집계됐다”며 “주말에 교보문고를 통해 판매되는 물량이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난히 1만대를 넘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파크는 2010년 출시했던 전자책 단말기 ‘비스킷’을 소셜커머스 업체 ‘티몬’을 통해 지난 15일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제품 가격을 자사 인터넷 쇼핑몰 기준 가격 12만9000원에서 50% 낮춘 6만4500원으로 책정했다. 여기에 e북 20권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당초 1000대를 판매하기로 했지만 구매 희망자가 몰리면서 19일 현재 4000대까지 공급물량을 늘렸다. 최근 한 달 새 팔린 아이리버와 인터파크의 전자책 단말기만 1만4000대에 달한다. 업계가 추정하는 국내 전자책 단말기 누적 판매량은 2006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 5만대 정도. 30% 가까운 물량이 최근 한 달 새 팔린 셈이다.

두 단말기가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가격이다. 스토리K의 가격은 9만9000원으로 지금까지 국내에 출시된 전자책 단말기 가운데 가장 싸다. 아이리버가 2009년 11월 출시한 첫 전자책 단말기 ‘스토리(34만8000원)’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원가를 낮추기 위해 MP3플레이어, 전자사전 등 여러 부가 기능을 과감히 들어냈다.

아이리버 관계자는 “콘텐츠 판매 수익 가운데 일부를 배분받을 수 있어 이 정도 가격에 단말기를 공급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최대 인터넷 서점 아마존이 저렴한 가격에 자체 단말기 ‘킨들’을 판매해 이용자를 늘리고, 이들이 구입하는 e북 판매 수익으로 이익을 창출하는 모델을 채택했다는 얘기다.

단말기 시장이 풀리면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소극적이었던 출판사도 전자책 콘텐츠 공급에 나서고 있다. 국내 주요 출판사들은 전자책 출판 및 과금시스템 구축을 위해 한국출판콘텐츠라는 합작회사를 이달 초 설립했다.

한국전자출판협회는 작년 2891억원 수준이던 e북 시장이 올해 3250억원, 내년 5838억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