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이스라엘의 ‘앞마당’ 격인 지중해에 군함을 배치시키는 무력시위를 했다.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 포격 방침을 밝힌 데 대한 전면 대응이다. 이와 동시에 미국, 유럽에는 핵협상을 요청했다. 강온 양면전략으로 핵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이란 국영통신 IRNA는 이란 함대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해 지중해에 진입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이란 함대가 지중해에 진입한 것은 1979년 이슬람혁명이 일어나 이란에서 팔레비 왕조가 무너지고 반미 정권이 들어선 후 두 번째다. 이란은 작년 2월 서방과의 핵협상이 결렬되자 처음으로 지중해에 함대를 배치했다.

이란 해군의 지중해 진입은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선제 폭격 위협에 대한 무력시위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에 이란 핵시설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이란 군함의 항로를 주시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란은 미국 등에는 핵협상 재개를 요청했다. 이란은 17일 자국의 핵협상 대표인 사이드 잘릴리 명의로 ‘이란이 미국, 유럽과 가능한 조기에 대화를 재개하기를 원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이에 대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이란의 제의가 진지하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란 정부는 19일 영국과 프랑스에 자국산 원유 수출을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혹과 관련한 추가 제재로 7월1일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맞서 이란은 일부 유럽 국가에 원유 수출을 선제적으로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