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분쟁 해법은…"수수료 결정은 시장에 맡겨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부가 정하도록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의 2월 국회 통과가 무산됐지만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표를 위해 다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법 개정 논의 때 수수료는 시장에 맡긴다는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다만 가맹점이 소액결제에 대해 신용카드를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은 고쳐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대 교수는 여전법 개정안과 관련, “정치권이 표를 의식해 단기 업적주의에 빠져 한쪽으로만 쏠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적정 수수료율은 정부가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쉬운 개념이 아니다”며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률에 따라 정부가 가격을 통제할 경우 로비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윤 교수의 지적이다.

이재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맹점 수수료율과 관련한 모든 분란은 가맹점이 카드 결제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한 법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여전법 19조는 ‘신용카드 가맹점은 신용카드로 거래한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결제를 거절하거나 신용카드 회원을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국회가 추진하고 있는 가맹점 수수료율 일괄 인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며 “1만원 이하 소액결제의 경우 카드사와 가맹점 모두 손해를 보고 있는 만큼 소액결제에 대해서는 가맹점이 카드 수납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만 9조원이었는데 거래 비용 측면에서 지나치게 큰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보우 단국대 신용카드학과 교수도 “소액결제 때 는 가맹점이 결제 수단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카드산업이 발달한 미국 호주 등의 경우도 고객이 현금으로 결제하면 할인 등 혜택을 주는 것을 가맹점이 선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중소 가맹점 지원과 관련해서는 부가가치세액 공제 한도나 공제율을 높이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고 제시했다.

이 교수는 또 “주요 선진국의 체크카드 이용 비중이 평균 70% 이상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9% 안팎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체크카드 수수료율이 신용카드보다 40%가량 낮은 점을 고려하면 체크카드를 활성화하는 것이 결국 가맹점에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체크카드의 소득공제 한도 확대 등을 추진해야 한다는 얘기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