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훈련에서 무단이탈했던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간판 타자 최희섭(33)이 돌아왔다.

최희섭은 18일 오전 KIA의 재활선수단 훈련이 진행 중인 광주야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소 무거운 표정으로 훈련장에 나타난 최희섭은 먼저 "구단, 팬, 감독님, 코칭스태프, 선수단에 지울 수 없는 큰 죄를 지은 것 같다"며 그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사과부터 했다.

최희섭은 지난해 마무리 캠프에 불참한 데 이어 8일 시작된 새해 훈련도 거부한 채 수도권 구단으로의 트레이드를 요구해 파문을 일으켰다.

KIA 구단은 최희섭의 요청을 받아들여 서울 연고지 팀인 넥센 히어로즈와 물밑에서 트레이드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맞바꿀 카드가 마땅치 않아 트레이드는 결실을 보지 못했다.

KIA는 트레이드를 추진하면서도 최희섭에게는 빨리 훈련을 시작해 컨디션을 끌어올리도록 15일까지 팀에 합류하라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하지만 최희섭은 또 응하지 않았다.

KIA는 구단의 허락 없이 어떤 구단에서도 뛸 수 없는 '임의 탈퇴' 또는 '제한 선수'로 묶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미국 애리조나로 전지훈련을 떠난 선동열 KIA 감독 역시 "최희섭 없이도 할 수 있다"며 압박했다.

최희섭은 '사면초가'에 몰리자 17일 구단에 "연봉은 백지위임하고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며 복귀 의사를 밝혔다.

최희섭은 이날 훈련에 합류해 그동안 팀에 복귀하지 않았던 배경을 설명하면서 "2009년과 2010년에는 우승도 하고 성적도 내면서 야구를 재밌게 할 줄 알았다"면서 "하지만 지난해에는 개인적인 일로 야구를 하기 힘들 정도의 상황까지 갔다"고 밝혔다.

"피하고, 도망가고 싶었다"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은 그는 이제 야구에 전념하겠다고 다짐했다.

최희섭은 "오늘 100일 만에 유니폼을 입었다.

굉장히 기뻤다"면서 "한 번 더 기회가 주어진다면 감독님과, 팬, 선수들을 위해 2009년보다 더 잘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2009년에 이어 타이거즈의 통산 11번째 우승을 위해 다시 뛰겠다는 것이 최희섭의 각오다.

최희섭은 이날 인터뷰 후 애리조나 전훈을 지휘하고 있는 선동열 감독에게 전화해 용서를 구했다.

KIA는 우선 건강 검진을 통해 최희섭의 몸 상태를 점검한 뒤 훈련 일정과 강도를 조절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