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와 첫 릴레이 인터뷰.."젊은 국내 지도자 육성 절실"
"대표팀 세대교체 자연스럽게 이뤄져야" "이동국 뽑겠다"

"나는 클럽을 이끄는 게 적격입니다.앞으로는 젊고 능력 있는 K리그 지도자들이 충분한 경험을 쌓은 뒤 축구대표팀의 지휘봉을 맡아야 합니다."

지난해 프로축구 K리그에서 '닥공(닥치고 공격) 신드롬'을 불러 일으킨 최강희(52) 축구대표팀 감독.
그가 '봉동 이장' 명함을 잠시 내려놓고 한국 축구의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해결사로 나서면서 젊은 K리그 지도자들의 육성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11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대표팀 사령탑 취임을 기념하는 '언론사 릴레이 인터뷰'를 시작했다.

언론사 한 곳당 30분 남짓씩, 이틀간 이어지는 마라톤 인터뷰다.

그는 첫 번째 인터뷰 주자로 나선 연합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내 임무는 월드컵 최종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진출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후에는 젊고 유능한 국내 지도자들이 충분한 검증과 경험을 쌓아 2014년 월드컵 이후에 대표팀을 이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2월29일 쿠웨이트와의 2014 브라질 월드컵 3차 예선 6차전 최종전을 앞두고 대표팀 운영 방안에 골몰하고 있는 그는 축구대표팀의 세대교체에 대해선 자연스럽게 이뤄져야만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이날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고문 좀 당하겠네요"라고 여유를 보였다.

지난해 12월8일 조광래 전 감독을 경질한 축구협회는 국·내외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후임자를 물색한 끝에 '닥공(닥치고 공격)'이라는 신조어를 유행시키며 화끈한 공격 축구를 구사한 최 감독을 선택했다.

1995년 수원 삼성의 트레이너와 코치로서 지도자 경력을 쌓기 시작한 최 감독은 2002년 아시안게임 대표팀 코치를 거쳐 2004년까지 축구대표팀 코치를 맡았다.

2005년 7월 전북의 지휘봉을 잡고 K리그에 복귀한 최 감독은 2006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팀을 정상으로 이끈 뒤 2009년과 2010년 전북을 우승시키며 탁월한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최 감독은 그리 '쉬운 남자'는 아니었다.

최 감독은 지난달 취임식에서 자신의 계약기간이 월드컵 최종예선까지고 본선에는 외국인 감독을 데려오는 게 좋다는 '폭탄선언'을 날려 팬은 물론 축구협회 관계자들까지 깜짝 놀라게 했다.

이에 대해 최 감독은 "내가 대표팀 감독을 맡은 것 자체로 축구인생에서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나에게는 클럽팀 지도자가 가장 맞는다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대표팀 사령탑을 맡기 전에 전북과 5년 장기계약을 맺기로 했고 K리그 감독이 장기계약을 제안받은 것 자체로도 지도자로서 인정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 감독은 "내 임무는 대표팀을 월드컵 본선에 올리는 것"이라며 "그 이후에는 세계 축구 흐름을 잘 아는 세계적인 지도자가 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자신의 생각이 국내 지도자의 위상을 낮게 봐서 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K리그에는 젊고 공부를 많이 한 유능한 지도자가 많이 배출되고 있다.

나처럼 너무 급하게 대표팀을 맡지 말고 K리그에서 충분히 검증을 받은 뒤 지휘봉을 잡아야 한다"며 "그런 뜻에서 이번 월드컵 본선은 외국인 감독에게 맡기는 게 낫다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더불어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는 팬과 언론이 절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평가전도 결승전처럼 치러야 하고 내용이 좋지 않으면 지도자가 큰 부담을 떠안는 현재 분위기 때문에 자칫 지도자가 정작 대의를 놓치고 판단력이 흐려질 수도 있음을 강조했다.

최 감독은 "외국인 감독은 소신껏 일하고 자기 나라로 돌아가면 그만이지만 국내 감독들은 상처를 떠안은 채 한국 축구를 짊어져야 한다"며 "비전문가들은 외국인 감독이면 모두 명장인 줄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에는 홍명보(올림픽 대표팀 감독), 황선홍(포항 감독), 신태용(성남 감독), 최용수(FC서울 감독) 등 젊은 지도자들이 많이 활약하고 있다"며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만 전전해온 외국인 지도자보다는 선수들과 빠르게 융합할 수 있는 국내 젊은 지도자들에게 믿음과 시간을 주고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자신이 대표팀 사령탑에 오르면서 '최고의 화두'로 떠오른 이동국(전북)에 대해서도 변함없는 믿음을 보여줬다.

그는 "K리그에서 김은중(강원), 서동현(제주), 하태균(수원) 등의 공격수를 놓고 보면 득점력과 활약도만 따지고 볼 때 '당신이 과연 감독이면 누구를 뽑겠는가'라는 질문을 하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어 이동국은 지난 3년 동안 전북을 두 차례 우승시켰을 뿐 아니라 그동안 MVP도 두 번이나 받았다며 어떤 감독이 와도 지금은 이동국을 선택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물론 대표팀에서의 활약만 놓고 보면 물음표를 던질 수도 있지만 일단 쿠웨이트전만 생각한다면 이동국을 선발할 수밖에 없다"며 "대표팀 감독은 선수 선발과 출전에 대해서 편견이 없어야 하고 형평성도 갖춰야 한다.

모든 사람이 대표팀에 선발된 선수들을 놓고 고개를 끄덕여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