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카지노에 자리내주는 48년 '워커힐 쇼'
서울 광장동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이 내년 초 대대적인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간다. 국내 호텔업계의 ‘금맥’으로 떠오른 중국 부유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면세점과 카지노 면적을 각각 두 배가량 확대하고, 객실도 지금보다 더 크고 화려하게 꾸미기로 한 것이다.

워커힐호텔은 면세점 및 카지노 확장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48년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첫 공연식 극장 무대인 ‘워커힐 쇼’ 공연장과 몇몇 식당을 없애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워커힐호텔을 소유한 SK네트웍스는 이런 내용을 담은 워커힐호텔 리모델링 방안에 대한 세부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SK 관계자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중국인 관광객에 힘입어 면세점·카지노는 물론 객실 매출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점을 감안한 것”이라며 “국내 호텔산업의 전망이 밝은 만큼 그동안 미뤄왔던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워커힐호텔은 워커힐 쇼 무대로 활용하고 있는 공연전문 극장 ‘워커힐 씨어터’를 없애고, 쉐라톤워커힐과 바로 옆 W호텔에 산재된 12개 식당을 통·폐합하는 방식으로 면세점 및 카지노 공간을 마련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1963년 워커힐호텔 개장과 함께 출발한 ‘국내 극장식 쇼의 원조’인 워커힐 쇼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워커힐 씨어터는 루이 암스트롱, 윤복희, 패티 김 등 유명 연예인들의 쇼 무대이자 전통무용 공연을 통해 한국의 ‘멋’을 외국인들에게 알리는 관광 명소로 자리잡았지만, 수익성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SK 관계자는 “워커힐 씨어터가 카지노 및 면세점 바로 옆에 자리잡은 만큼 이 공간을 전환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며 “다만 그룹 수뇌부가 최종 결정하는 과정에서 워커힐 쇼의 상징성을 감안해 워커힐 씨어터 대신 다른 컨벤션홀을 카지노 및 면세점 확장 공간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현재 3762㎡인 면세점 규모는 8400㎡로 2배 넘게 늘어나고, 3140㎡ 안팎인 카지노는 5600㎡로 확대된다. 워커힐면세점이 확장공사를 마치면 규모면에서 서울 장충동 신라면세점(6280㎡)을 누르고, 롯데면세점 서울 소공점(9200㎡)에 이어 서울시내 ‘넘버2’ 면세점에 등극하게 된다.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의 객실을 전면 개보수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일부 층에 한해 일반 객실 3개를 헐어 2개로 만드는 식으로 객실 수를 줄이되 방 크기를 1.5배 넓히기로 한 것이다. 중국 부유층이 선호하는 스타일로 객실을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