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사장단 정기인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르면 6일, 늦어도 7일 단행될 전망이다. 이건희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은 올해 승진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3세 경영인들의 이동 가능성은 없어졌다. 이에 따라 최대 관심사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의 거취에 쏠린다. 역대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주요 ‘잣대’는 △실적 △재임기간 △나이였다. 올해도 비슷한 기준이 적용될 전망이다.

◆‘신상필벌’의 대상 누굴까

이 회장은 지난 1일 “예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인사원칙도 신상필벌”이라고 말했다. “잘한 사람은 더 잘하게 발탁하고 못한 사람은 과감하게 누르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실적’을 첫 번째 인사 잣대로 적용하겠다는 얘기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CEO는 30명가량이다. 여기에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사업부장급을 포함해 40명 남짓이 인사 대상이다.이 가운데 김철교 삼성테크윈 사장, 윤순봉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 사장, 성인희 삼성정밀화학 사장, 정유성 삼성석유화학 대표 등 계열사 CEO 네 명은 올해 선임됐기 때문에 인사대상이 아니다. 강재영 삼성미소금융재단 이사장도 지난 10월 물러났다.

나머지 CEO들 가운데 신상필벌의 대상은 누가 될까. 일단 삼성 안팎에선 권오현 삼성전자 DS총괄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나온다. 금융 부문을 총괄할 부회장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있다.

실적을 기준으로 한다면 삼성전자에서는 신종균 무선사업부 사장, 윤부근 VD사업부 사장, 우남성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등이 안정권이다. 작년과 올해 3분기까지 누적실적을 비교해보면 신 사장은 영업이익을 두 배로 끌어올렸고 윤 사장도 TV수요 부진에도 매출과 이익을 늘렸다. 우 사장도 시스템LSI 매출을 두 배가량으로 늘렸다. 전동수 메모리사업부 사장과 남성우 IT솔루션사업부장(부사장), 홍창완 가전사업부장(부사장)도 정보기술(IT) 경기 부진에도 선방 수준의 성과를 올렸다고 평가받는다.

조수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사장과 박기석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의 성과도 눈에 띈다. 조 사장과 박 사장은 올해 영업이익을 작년보다 각각 3배, 2배로 키웠다. 손석원 삼성토탈 사장과 서준희 에스원 사장, 고순동 삼성SDS 사장도 양호한 성적을 올렸다.

상대적으로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들도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기획, 삼성생명, 삼성SDI, 삼성전기 등이다. 삼성 관계자는 “실적이 인사평가의 우선 순위이긴 하지만 경쟁사들과의 주가비교 등 종합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말했다.

◆나이,재임기간도 주요 판단기준

실적과 함께 삼성 사장단 인사에서 중요한 잣대가 되는 게 나이와 재임기간이다. 나이의 경우 과거 ‘60대 이상은 용퇴한다’는 불문율이 있었으나 꼭 그대로 지켜지는 건 아니다. 2009년 1월 인사 때에는 만 65세였던 허태학 사장(삼성석유화학)과 만 63세였던 박노빈 사장(삼성에버랜드)이 용퇴했지만 이상대 부회장(물산)과 김징완 부회장(중공업) 등은 연임됐다. 작년 말 인사 때도 60대였던 최도석 삼성카드 부회장, 유석렬 삼성토탈 사장, 배호원 삼성정밀화학 사장이 용퇴했지만 일부 60대 사장들은 자리를 지켰다. 현재 60대 이상 계열사 사장은 이헌식 삼성코닝정밀소재 사장, 정연주 삼성물산 사장 등 4명 정도다.

재임기간의 경우 삼성에선 보통 ‘5년 이상’을 기준으로 삼는다. 2009년 1월 정기인사에서 이 기준을 적용했다. 올해의 경우 김낙회 제일기획 사장(5년)과 지대섭 삼성화재 사장(4년), 박준현 삼성증권 사장(4년) 등을 빼고는 대부분의 사장이 3년차 미만이다. 1년차인 사장도 12명가량에 달한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
삼성, 이번주 사장단 인사 '관전 포인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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